세상을 다 가진 듯한 ‘인생 사진’ 알고 보면 10m 줄 서 촬영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인생 사진’ 알고 보면 10m 줄 서 촬영

임병선 기자
입력 2018-11-29 09:34
업데이트 2018-11-29 11:4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세상에 혼자 뿐인 것 같다. 몇십 ㎞를 혼자 걸어 산을 올랐을 것 같고, 마침내 완전히 고립된 곳을 찾아 마음껏 세상을 향해 외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선 채 사진 찍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질랜드 와나카의 로이스 피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영국 BBC가 29일(한국시간) 전했다. 레딧 닷컴에 올리면 24시간 안에 7만 5000 이상의 ‘좋아요’ 클릭을 보장한다고 한다.

뉴질랜드 환경보호청 대변인은 이 봉우리를 찾는 관광객 숫자가 2년 전보다 12% 늘어나 올해 들어 7만 3000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그녀는 줄 서는 것은 누가 정리해서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10m씩 줄이 이어진 것을 봤다는 사람도 있었다.
여행 사이트 ‘원트립 어드바이저’에는 “로이스 피크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인스타그램 명소다.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전망대에는 많은 이들이 몰린다. 낯선 얼굴이 빼꼼이 얼굴을 내미는 일을 피하며 사진을 찍는 게 힘들 정도다. 사진 찍겠다고 그 많은 관중 앞에서 한껏 뻐기는 포즈를 취하면 안된다”고 안내돼 있다.

한 유저는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다녀) 길이 늘 바뀐다. 우리가 흙에 어떤 피해를 끼치고 있는지 두렵기만 하다”고 했다.

아름다운 광경을 완상하는 것보다 사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풍토가 슬프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폴린은 트위터에 “진짜 놀라웠다. 이 사람들 뭐가 잘못된 것일까? 힘들여 올라 이런 멋진 풍경을 보게 되면 가만히 응시하며 내가 이걸 보게 됐노라고 신에게 감사하며 울 것”이라고 적었다.

이곳에서 결혼 사진을 찍으려고 헬리콥터로 도착한 미국인 커플도 있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멋진 장소에서 멋진 사진을 남기려고 줄 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특별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MrCoffee999’은 “산을 오르는 과정에 10초마다 한 번씩 걸음을 멈추고 사람들이 포즈를 취하고 스냅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은 즐겁지 않은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홍콩의 사이완 스위밍 세드도 인스타그램 명소로 손 꼽힌다.
홍콩의 사이완 스위밍 세드도 인스타그램 명소로 손 꼽힌다.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