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대 청사봉쇄 사실상 해제…시민들 ‘안도감’

홍콩시위대 청사봉쇄 사실상 해제…시민들 ‘안도감’

입력 2014-10-06 00:00
업데이트 2017-07-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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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최루탄가루가 흩날리는 모습을 보지 않아 다행이에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에 반발하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 사태 9일째를 맞은 6일 오전 시위대가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에 있는 정부 청사에 대한 봉쇄를 사실상 해제하자 공무원들은 오랜만에 청사로 출근하면서 안도감을 표시했다.

이날 아침 지하철 애드미럴티 역에서 만난 공무원 첸모(24·여)씨는 “청사로 들어가는 통로가 모두 열리지는 않았지만 불편하지 않다”며 시위대의 청사 봉쇄가 풀린 데 대해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까지 시위대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지하철 역과 정부청사 사이 통로는 시위대 대신 출근을 서두르는 공무원들로 북적였다. 정부청사 주변에 포진한 시위대 때문에 청사 폐쇄조치가 내려지면서 공무원들은 중국 국경일 연휴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청사 근무를 할 수 없었다.

수백 명의 시위대가 청사 부근 간선도로와 입법회(국회격) 주변에 모여 있었지만, 청사 출입문 부근에는 포진하지 않았다. 청사 봉쇄를 풀지 않으면 최루탄 발사도 불사하겠다던 정부도 시위 진압 경찰을 청사 주변에 배치하지 않는 등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했다.

덕분에 전날 밤 경찰의 진압에 대비해 시위대 1천여 명이 집결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던 청사 밖 타마르 공원은 모처럼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며칠간의 시위로 어지럽혀진 청사 주변과 공원을 정리하는 청소부들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청사 출입문 앞으로 가니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많은 외신 기자들이 출근길 공무원을 취재하려고 진을 치고 있었지만, 상당수 공무원은 ‘정치 관련 질문에는 노코멘트’라며 답을 피한 채 걸음을 재촉했다.

어렵사리 취재를 할 수 있었던 텅모(30) 씨는 학생들의 요구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 “중국 전인대가 의결한 행정장관 선거안은 진짜 보통선거안이 아니다. 정부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며 행정장관 후보의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 진정한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우호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리모(46)씨는 같은 질문에 “대화를 하지 않고 억지를 부려서 정부에서 무엇인가를 얻어내려고 하면 안 되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정부와 시위대가 대화를 위한 물밑 작업을 하고 있지만, 랩에 쌓인 40㎝ 길이의 칼 10자루가 든 가방이 애드미럴티 시위대가 머물던 곳에서 발견되는 등 긴장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분위기였다.

청사 왼편 공원을 가로 질러 아래로 내려가니 행정장관 판공실을 둘러싼 시위대 20여 명이 눈에 띄었다.

바리케이드 앞에 서 있던 중·고등학생 라파엘 응(19) 군은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오늘 출근하는 것을 막으려고 학교에 가지 않고 여기로 왔다. 렁 장관이 퇴진하기 전에는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시위대 간 타협이 이뤄지더라도 1997년 주권 반환 후 최대 규모였던 이번 시위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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