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하락 미국 탓…환율 수치가 중요한 것만은 아냐”“상황 더 나빠지면 하겠지만 현 상황서 추가부양 논의 안 해”이강 인민은행장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서 무역전쟁 적극 발언
이강(易鋼) 중국 인민은행장이 미국과 무역전쟁이 더욱 악화할 경우 중국이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 수단을 활용해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그는 또 무역전쟁 심화 속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급등한 것이 미국의 긴장 격화 행위 탓이라고 규정하면서 당분간 환율을 시장 흐름에 맡겨두겠다는 방향도 시사했다.
이 행장은 7일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무역전쟁이 심화할 경우 이에 대처할 매우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금융정책을 주도하는 인민은행장이 격화일로에 있는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적극적인 발언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우리는 금리와 지급준비율에서 (움직일 수 있는) 큰 공간을 갖고 있고, 재정·통화 정책 도구 측면에서도 조정 공간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행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자국 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중국이 완화된 통화 정책과 재정 지출 확대 등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이 행장은 당장 중국이 추가 부양책을 검토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행장은 “상황이 조금 더 나빠져도 현 (부양) 패키지로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물론 만일 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나빠진다면 (추가 부양책을) 논의하겠지만 지금 현재는 그런 시나리오를 논의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행장은 중국의 위안화 환율 방어 ‘레드 라인’(red line)이 있느냐는 물음에 “최근 약간 (위안화가) 약해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큰 압력 때문”이라며 “특정 수치(numerical number)가 다른 것들보다 중요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무역 전쟁이 단기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 요인이 되고 있는데 보다시피 위안화 가치는 잠시의 잡음 뒤 매우 안정적이고 다른 신흥국 화폐에 비해서는 강한 상태”라며 “위안화 가치가 균형 수준을 넘나드는 범위에서 계속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매우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이어 “위안화 환율에 있어 약간의 유연성은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좋은 일”이라며 “이는 경제에 자동적인 균형추 기능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에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위안화 환율은 시장이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달러당 7위안 선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과 ‘시장가격 형성’을 강조하면서 특정 환율 수치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이 행장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포치’(破七)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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