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00여개 중고교 ‘동맹 휴학’…거리나온 반환둥이 “난 홍콩시민”

홍콩 200여개 중고교 ‘동맹 휴학’…거리나온 반환둥이 “난 홍콩시민”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19-09-02 23:24
수정 2019-09-0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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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명 교복·검은 옷 입고 집회 참석

지도자 없어도 SNS 이용해 시위 기획
의료·항공 등 21개 업종도 총파업 돌입
中, 학생들 참여로 무력 진압 고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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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행정장관 모교 학생들 “송환법 반대”
람 행정장관 모교 학생들 “송환법 반대” 2일 홍콩 성 프랜시스 카노시안 칼리지(고교)에서 학생들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처럼 방독면과 헬멧을 착용한 채 ‘5대 요구 중 하나라도 빠져선 안 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5대 요구 사항에는 송환법 완전 철폐와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 있다. 이 학교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모교다.
홍콩 AP 연합뉴스
홍콩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2일 중·고교생과 대학생의 동맹휴학과 총파업으로 확대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이날 오전 홍콩 전역 200여개 중고교의 1만여 학생들이 참여하는 송환법 반대 동맹휴학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휴학에 참여한 학교 가운데에는 고위 관료와 경찰 서장 등이 졸업한 곳도 포함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동맹휴학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은 홍콩 도심인 센트럴의 에든버러 광장에서 이날 낮 12시쯤 모였고, 앞서 오전 7시쯤 홍콩섬 동쪽 끝 차이완 지역에서는 사이케이완 공립학교 등 3개 학교 학생과 졸업생들이 600여m 이상의 인간띠를 형성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상당수 학생들은 교복과 검은 옷을 입고 집회에 참여했고 ‘선생님, 저는 학생 자격은 없을 수 있지만 홍콩 시민으로서 분명한 자격이 있습니다’ 등 반(反)정부 메시지를 쓴 팻말을 든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또 이날부터 2주 동맹휴학을 예고했던 홍콩 10개 대학 학생회도 홍콩중문대학 캠퍼스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이 이날 오전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오후부터는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이 이틀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날 홍콩 정부청사가 위치한 애드미럴티 지역의 타마르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송환법 반대 메시지를 전했다. 홍콩 시위대는 이른바 ‘삼파 투쟁’으로 불리는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시장 폐쇄)를 전개할 예정이다.

학생·직장인 등으로 확산되는 이번 송환법 반대 시위는 지도자 역할을 맡은 재야 인사들이 전면에 섰던 2014년 ‘우산혁명’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요 인사들이 체포되면서 동력을 잃었던 과거 시위와 달리 젊은 세대들이 지도자 없이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시위를 기획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당초 대규모 집회가 예고됐던 지난달 31일 하루 전 우산혁명 주역인 조슈아 웡 등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지만 시위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어린 학생들로까지 시위가 확대되며 무력개입 여부 등 대응 수위에 대한 중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9-09-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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