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학·자상… 나치 2인자의 ‘두 얼굴’

잔학·자상… 나치 2인자의 ‘두 얼굴’

입력 2014-01-28 00:00
수정 2014-01-28 09:5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힘러의 편지 등 69년만에 공개

하인리히 힘러 AP=연합뉴스
하인리히 힘러
AP=연합뉴스
독일 나치의 2인자로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를 주도한 하인리히 힘러(1900~1945)의 편지·일기 등 개인기록물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집가가 미군 압수품에서 사들여 보관해 오던 힘러의 개인 기록물을 공개했다.

공개된 힘러의 기록물은 독일 연방 기록물보관소의 진위 검증을 거쳤다. 대부분 아내에게 보낸 편지인데, 나치 집권 이전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한 반감과 반유대주의 정서가 드러나 있다. 1928년 4월 편지에서 그는 “독일이 형편없는 유대인의 돈에 휘둘린다”고 개탄했으며, 그해 6월 편지에서는 “야비한 유대인들과 싸워야만 한다”고 적개심을 나타냈다. 1929년 편지에서 그는 “히틀러가 어머니를 쏘라고 한다면 나는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잔인한 학살자였지만 가족에게 자상했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폴란드에 자리한 아우슈비츠 수용소 상황을 감독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아내에게 키스로 애정을 표현하는 편지를 남겼다. 1941년 7월 편지에서는 “결혼기념일을 잊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힘러의 기록물은 1980년대 초 존재가 알려졌으나 당시 히틀러 일기 조작 소동에 묻혔다가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소장자의 딸인 바네사 라파는 기록물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다음 달 베를린영화제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4-01-28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연예인들의 목소리
가수 아이유, 소녀시대 유리, 장범준 등 유명 연예인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대한 지지 행동이 드러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는 내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연예인도 국민이다. 그래서 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