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서점서 만난 ‘시리아 난민들의 천국’

터키 서점서 만난 ‘시리아 난민들의 천국’

심현희 기자
입력 2017-01-25 18:02
업데이트 2017-01-2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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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페이지스’ 아랍어 서점, 고립된 삶 소통하는 창구로 인기

“큰 창문으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아늑한 실내에 아랍권 인기가수 파이루즈 후세인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벽을 따라 늘어선 책장에 가득 꽂혀 있는 아랍어 책들. 이곳이 시리아 난민들의 ‘천국’이다.”

25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터키 이스탄불의 카리예 박물관 맞은편 구석의 작은 서점 ‘페이지스’를 ‘시리아 천국’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은 터키로 피란 온 300여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위한 이스탄불 최초의 아랍어 전문 서점이다.

2015년 7월 메르 알 카드리(42·시리아)가 문을 열었다. 어린이들은 무료로 입장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한 달에 4.8파운드(약 7000원)만 내면 원하는 만큼 책도 빌릴 수 있다. 저녁에는 음악 공연과 영화의 밤, 각종 워크숍과 전시회가 열린다.

고향을 떠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고립된 삶을 살아온 시리아 난민에게는 이 서점이 세상과의 접점이며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 창구인 셈이다.

서점을 운영하는 카드리도 난민 출신이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쪽으로 180㎞ 떨어진 ‘수차의 도시’ 하마가 고향인 그는 여덟 살 때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전 대통령이 저지른 대학살을 겪었다. 살아남은 그는 다마스쿠스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해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어린이 전문 출판사를 세웠지만 2011년 내전이 일어나 또 한 번 수십만 명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이후 카드리는 요르단 암만을 거쳐 이스탄불에 정착했다. 그는 “전쟁과 난민 생활만 겪은 시리아 어린이들이 희망을 품고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봤으면 좋겠다”면서 “난민이 많은 독일 베를린에도 ‘페이지스’ 분점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7-01-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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