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일 후보 알렉세이 나발니 횡령 혐의 유죄… 피선거권 박탈
전국 수십 곳 푸틴 연임반대 시위240명 연행 미신고 집회자 처벌
조롱거리 된 ‘거리의 푸틴’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서 한 시민이 왕관을 쓰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마스크를 착용한 채 다른 시위 참가자로부터 러시아 연방 헌법 내용이 적힌 책자를 받고 있다. 이날 러시아 전국 곳곳에선 오는 3월 대통령 선거에서 4번째 연임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알렉세이 나발니의 출마가 좌절된 데 대한 ‘대선 보이콧’ 시위가 열렸다.
모스크바 EPA 연합뉴스
모스크바 EPA 연합뉴스
나발니는 트위터에 “당신들은 나를 위해 결집한 게 아니라 당신과 당신의 미래를 위해 모인 것”이라는 글을 올려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모스크바 시위대에 둘러싸였던 나발니는 시위대 수백명과 함께 연행됐으나 이날 밤 풀려났다. 그러나 경찰은 나발니가 허가받지 않은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240명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선 이미 총리직까지 포함해 18년간 집권한 푸틴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그가 3월 대선에서 4연임에 성공하면 2024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변호사이자 반부패 운동가 출신인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한 이번 대선에서 그에 대적할 유일한 야권 후보로 꼽혀 왔다. 그러나 2009년 키로프주 정부 고문으로 일하면서 주 정부 산하 산림 벌채·목재 가공기업 소유 제품을 빼돌린 혐의로 최근 5년 징역,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출마가 좌절됐다. 나발니는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정략적 유죄 판결이라며 맞서고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8-01-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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