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파리 경찰본부에서 강간 피해 加 여인 승소하기까지

5년 전 파리 경찰본부에서 강간 피해 加 여인 승소하기까지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2-01 10:50
수정 2019-02-0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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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프랑스 파리 경찰본부 안에서 강간 피해를 입은 캐나다 여인 에밀리 스팬턴의 변호인인 마리오 스타시(프랑스)와 소피 오바디아(캐나다)가 31일(현지시간) 파리 법원 밖에서 유죄 판결 소감을 밝히고 있다. 파리 AP 연합뉴스
5년 전에 프랑스 파리 경찰본부 안에서 강간 피해를 입은 캐나다 여인 에밀리 스팬턴의 변호인인 마리오 스타시(프랑스)와 소피 오바디아(캐나다)가 31일(현지시간) 파리 법원 밖에서 유죄 판결 소감을 밝히고 있다.
파리 AP 연합뉴스
2014년 4월 2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던 캐나다 여성 에밀리 스팬턴(39)은 바에서 술을 마시다 경관들과 어울리게 됐다. 그들은 숱한 범죄소설에 모티프를 제공하고 1947년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의 영화 ‘제니 라모르(Quai des Orfevres)’와 2004년 올리비에 마르찰 감독의 영화 ‘36 Quai des Orfevres’에 등장하는 36 파출소에 새로 들어선 경찰본부를 구경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에도 언급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부친이 캐나다 전직 형사였고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스팬턴은 따라 나섰다. 그리고 그곳의 두 사무실에서 세 경관으로부터 몹쓸짓을 당했다.

영국 BBC가 31일 보도한 데 따르면 경찰본부의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는 다음날 새벽 0시 40분쯤 그녀가 두 명의 경관과 함께 담배를 피운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그녀는 새벽 2시쯤 5층에서 정신이 반쯤 나간 모습으로 포착됐다. 두 사무실에서 세 경찰관으로부터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세 번째 남자의 신원은 특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당시 만취한 상태였고, 두 경관은 일관되게 합의해 성관계를 했다고 항변했다.
새벽 캐나다 여성 여행객을 두 명의 경관이 강간한 파리 경찰본부 입구.’정의의 전당’이란 명패가 무색하다. AFP 자료사진
새벽 캐나다 여성 여행객을 두 명의 경관이 강간한 파리 경찰본부 입구.’정의의 전당’이란 명패가 무색하다.
AFP 자료사진
그녀는 사건 직후 문제의 두 경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3년 동안 기각당했다. 그녀는 재판 도중에 이름과 신원이 알려지는 2차 피해를 당했고, 지난해 세계를 휩쓴 미투 열풍에 힘입어 정식 재판이 열리게 됐다.

파리 법원은 이날 갱 조직을 파괴하는 데 앞장선 엘리트 부대 BRI 요원이었던 니콜라 레두안과 앙투안 퀴린에게 7년형과 함께 손해배상금으로 2만 유로(약 2550만원)를 스팬턴에게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주심 판사는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DNA와 전화 녹취록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녀의 변호인 소피 오바디아는 프랑스 재판정에서는 피해자의 인적 정보가 전혀 존중받지 못하더라고 개탄했다.

사실 유죄 판결을 어든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당일 당직자의 증언이었다. 그녀가 울먹이며 강간당했다고 말한 정황을 상세히 진술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렇게 해서 스팬턴은 거의 5년이 지나서야 두 경관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 물론 두 경관이 항소할 여지가 있다.

스팬턴은 판결문이 낭독되는 동안 두 경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토론토의 변호인 하워드 루벨은 “의뢰인이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자신이 역할을 한 것을 매우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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