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방문 트럼프 입방아에 심기 불편한 英

국빈 방문 트럼프 입방아에 심기 불편한 英

최훈진 기자
입력 2019-06-04 02:04
수정 2019-06-04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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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비 마클 비하 발언 파장에 “가짜뉴스”
‘존슨 총리감’ 치켜세워 외교적 결례도
“런던시장 완전한 실패자” 트위터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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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킹엄궁서 여왕 만난 트럼프
버킹엄궁서 여왕 만난 트럼프 취임 후 첫 영국 국빈 방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제2차 세계대전’ 초판본과 볼펜 세트를 선물했다. 왼쪽부터 멜라니아 트럼프, 엘리자베스 여왕, 트럼프 대통령, 찰스 왕세자와 부인 카밀라 왕세자빈. 사흘간 영국에서 머무는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런던 총리 관저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영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 양국의 무역협정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런던 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영국 국빈 방문 전 외교적 관례를 산산조각 냈다.”

3일부터 사흘간 영국 국빈 방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쏟아낸 ‘막말’로 입방아에 오른 것을 두고 CNN이 이같이 꼬집었다. 이날 오전(현지시간) 런던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 배우 출신인 메건 마클 왕자비를 겨냥해 “형편없다”고 비하한 뒤 파장이 일자 지난 2일 트위터를 통해 “가짜뉴스 미디어가 지어낸 것”이라며 발언을 주워담았다.

영국 더선은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한 뒤 이튿날 홈페이지 인터뷰 녹음파일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파일에서 2016년 미 대선 당시 마클 왕자비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캐나다로 이민 갈 것’이라는 트윗을 올린 것에 대해 “그가 (그렇게) 형편없는지 몰랐다. (왕실 일원으로) 훌륭하게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출산한 마클 왕자비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사에 불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인터뷰에서 ‘영국판 트럼프’라 불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강경파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을 노골적으로 치켜세워 상대국의 선거에 개입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오는 7일 사퇴하기로 해 차기 총리가 될 보수당 대표 선출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영국에 일명 ‘이혼합의금’이라 불리는 EU 분담금 390억 파운드(약 58조원)를 내지 말고 EU를 떠나야 한다고 훈수를 둬 내정 간섭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에 대해 “런던 시장으로 매우 형편없다고 한다. 그는 ‘완전한 실패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칸 시장이 지난 1일 가디언에 기고문을 실어 “트럼프는 20세기의 파시스트 같다”고 비난하자 조롱 섞인 말로 응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칸 시장에 대해 “키가 작은 것을 빼면 (미 민주당 소속) 빌 더블라지오(뉴욕시장)와 쌍둥이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더블라지오 시장에 대해 ‘최악의 시장’이라고 폄하한 바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9-06-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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