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들이 백인 손 절단했다” 프랑스 시위 가짜뉴스 범람

“폭도들이 백인 손 절단했다” 프랑스 시위 가짜뉴스 범람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3-07-03 12:05
업데이트 2023-07-0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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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피격 사망 후 프랑스 5일째 폭력 시위
영화 속 장면 둔갑 등 가짜뉴스 SNS에 확산
사실로 믿는 사람들의 ‘이민자 혐오’ 고조돼
벨기에·스위스 등 불어권 도시로 시위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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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알제리계 소년이 경찰 총격에 사망한 사건에서 촉발된 프랑스 전역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위 상황이라며 소셜미디어(SNS)에 퍼진 가짜 영상. 이 영상은 2016년 촬영된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촬영 장면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캡처
17세 알제리계 소년이 경찰 총격에 사망한 사건에서 촉발된 프랑스 전역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위 상황이라며 소셜미디어(SNS)에 퍼진 가짜 영상. 이 영상은 2016년 촬영된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촬영 장면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캡처
17세 알제리계 소년이 경찰 총격에 사망한 사건에서 촉발된 프랑스 전역의 시위가 2일(현지시간) 밤까지 5일째 이어진 가운데 있는 자극적인 가짜뉴스들이 범람하며 이민자 혐오 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 1일 세계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프랑스 폭도들이 경찰관의 손을 절단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 첨부된 영상에는 손이 절단된 남성이 트램 선로 위로 보이는 곳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고, 절단된 손에서 흘러나온 피가 주변 바닥을 온통 적시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이 남성이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아 경찰로 보이지도 않으며, 주변 상황을 봤을 때 시위대가 벌인 범행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 댓글들이 달렸고, 이후 이 게시물은 삭제됐다.

같은 내용의 가짜뉴스는 트위터에도 일부 이용자들에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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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 전역의 시위와 관련해 폭도들이 백인 경찰관의 손을 절단했다며 소셜미디어(SNS)에 퍼진 가짜 영상의 한 장면. 이 영상은 프랑스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과거에 벌어진 사건의 장면으로 알려졌다(사진 일부 모자이크 처리함). 트위터 캡처
연일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 전역의 시위와 관련해 폭도들이 백인 경찰관의 손을 절단했다며 소셜미디어(SNS)에 퍼진 가짜 영상의 한 장면. 이 영상은 프랑스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과거에 벌어진 사건의 장면으로 알려졌다(사진 일부 모자이크 처리함). 트위터 캡처
가짜뉴스를 접하고 사실로 믿은 네티즌들은 “폭동을 일으킨 흑인·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백인 시민의 손을 잘랐다”, “언론은 왜 아직도 폭도들을 시위대라고 부르나”, “정부가 언제쯤 개입해서 광기를 멈출까” 등 분노하는 트윗을 올렸다.

높은 건물에서 여러 대의 승용차가 동시에 떨어지는 영상이 ‘폭도들이 한 짓’이라며 퍼지기도 했다. 이 영상은 사실은 2016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촬영된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촬영 장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틱톡 로고 등을 달아 누군가가 직접 촬영한 것처럼 둔갑한 해당 영상은 ‘뉴스 매체’를 표방하는 트위터 계정 등을 통해 마치 진짜 뉴스인 것처럼 퍼졌다.

영국 BBC는 시위대가 경찰 차량을 탈취해 프랑스 국기를 달고 거리를 질주하는 영화 속 이미지, 옥상에서 저격수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듯한 오래전 영상 등이 현재 프랑스 시위 상황인 것처럼 텔레그램 등에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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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새벽 프랑스 파리 인근 낭테르에서 소방관들이 버스에 붙은 불을 끄고 있다. 지난달 27일 낭테르에서 교통검문을 피해 달아나려던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4일째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2023.7.1 EPA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새벽 프랑스 파리 인근 낭테르에서 소방관들이 버스에 붙은 불을 끄고 있다. 지난달 27일 낭테르에서 교통검문을 피해 달아나려던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4일째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2023.7.1 EPA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같은 가짜뉴스가 진짜 영상들과 섞여 소셜미디어(SNS)에 확산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알제리계 프랑스 소년 나엘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을 계기로 격화한 시위는 지난 2일 밤까지 5일째 이어졌다.

인종차별 등에 대한 이민자 사회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현재까지 체포된 인원만 3000명이 넘었다. 수도 파리에선 1일 밤 사이에만 최소 871건의 방화가 일어나 차량 577대와 건물 74채가 불에 탄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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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서부 교외 낭테르에서 17세 소년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지 사흘째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부 리옹의 한 거리에서 약탈당한 상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233.6.30 AFP 연합뉴스
파리 서부 교외 낭테르에서 17세 소년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지 사흘째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부 리옹의 한 거리에서 약탈당한 상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233.6.30 AFP 연합뉴스
시위는 주변국의 프랑스어권 도시들로도 확산하기 시작했다.

스위스 보주(州)의 로잔 도심에서는 1일 밤 약 100명 규모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10대 등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달 29일엔 프랑스어 사용자가 많은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도 폭력 시위가 벌어져 여러 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10여명이 체포됐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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