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방북說’ 아베 말리고 싶지만…韓美의 딜레마

‘연내 방북說’ 아베 말리고 싶지만…韓美의 딜레마

입력 2014-07-17 00:00
업데이트 2014-07-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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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문제 특수성·대북독자제재에 대한 日결정권 부정못해

1루 주자의 마음은 이미 2루에 가 있다. 그러나 견제구를 던질 수 있을 뿐 도루를 저지할 수는 없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둘러싼 북일 협상이 속도를 내면서 거론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 가능성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을 이런 상황에 빗댈 수 있다.

납치 문제가 ‘총리 아베 신조’를 있게 한 사안임을 감안할 때 납치 피해자들을 귀환시키는 합의가 이뤄지거나, 이뤄질 것이 확실시된다면 아베 총리는 방북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시기는 연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일본내 관측통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과반 여론의 반대 속에 지난 1일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결정한 뒤 내각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진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아베 총리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방북에 이전보다 더 의욕을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납치 피해자들을 직접 데려오기 위해 북한에 추가적인 제재해제 등 ‘대가’를 안겨줄 경우 그것은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압박 공조에 타격이 될 수 있기에 한국과 미국은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미는 일본을 향해 ‘충분히 사전 협의를 하라’거나 ‘북핵 공조에 악영향을 줘선 안된다’는 정도로 ‘경고’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일본이 북한과 협상 중인 사안이 절박한 인도주의 문제인 납치 피해자 송환이라는 점, 아베의 방북이 꽉 막힌 한반도 정세에 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속단키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의 17일 기자 간담회 발언에는 아베 방북 가능성까지 거론될 만큼 속도를 내는 북일협상을 보는 한국 정부의 복잡한 시선이 묻어났다.

전날 일본 외교라인의 핵심 당국자들과 면담한 이 당국자는 일본이 ‘납치 문제뿐 아니라 핵·미사일 문제까지 해결돼야 북한과의 국교정상화까지 갈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소개했다.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 중인 현재의 북일 협상이 수교와 식민지 배상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님을 일본 측이 확인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취한 제재와 별개로 시행 중인 일본의 독자적 대북제재를 납치 문제 진전에 따라 해제하는 데는 일본의 결정권이 있으며, 그에 대해 한미 등이 명확한 ‘거부권’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당국자는 밝혔다.

이는 결국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이 대북 수출입 금지, 상업 선박인 만경봉호와 전세기의 입항 금지 등 독자적 제재들을 해제하거나 안보리 제재에 걸리지 않는 인도적 대북 지원을 할 때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는 취지로 들렸다.

다만, 고위 당국자는 일본이 자신의 주권적 권리에 따라 대북 독자제재를 해제하더라도 한국, 미국 등과 긴밀하게 사전·사후 협의를 함으로써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에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입장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교도통신의 16일 보도에 의하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의 통화에서 아베 총리의 방북이 한미일 연대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방북을 추진할 경우 충분한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대로라면 케리 장관이 아베 총리의 방북에 대한 경계심을 표하긴 했지만 ‘사전협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 자체가 방북 자체를 무조건 막을 명분은 없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결국 아베 총리의 방북 여부는 궁극적으로 북일 양측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가을께 내 놓을 전망인 일본인 납치 문제 1차 조사결과와 그 결과에 따라 북한 내 일본인 몇 명을 데려올 수 있을지 등이 아베 총리의 방북 여부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우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북한에 생존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존재가 상당수 확인될 경우 일시적인 동맹관계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그들을 데려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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