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국의 역사 인식에 대한 아베 총리의 저항감 드러낸 사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포츠담 선언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다고 한 것에 관해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일본공산당 위원장이 아예 읽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으며 날카롭게 지적했다.사건은 20일 일본 국회에서 열린 당수토론에서 시이 위원장이 2차 대전이 잘못된 전쟁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을 캐물으며 시작됐다.
아베 총리는 전쟁 희생자를 거론하고서 “무라야마 담화와 고이즈미 담화를 전체적으로 계승할 것”이라는 늘 쓰는 화법으로 명확한 답변 없이 비켜나가려고 했다.
이에 시이 위원장이 포츠담 선언은 태평양 전쟁이 세계 정복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는데 이 선언에 담긴 인식을 인정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아베 총리는 “해당 부분을 자세히 읽지 않았으므로 직접 논평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또 답변을 피했다.
시이 위원장은 토론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포츠담 선언은 전후 민주주의의 원점 중 원점”이라며 “총리의 자격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논쟁은 여기서 일단락하는 듯했으나 시이 위원장은 아베 총리의 발언을 추적했는지 다음날 포문을 다시 열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시이 위원장은 21일 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자민당 간사장 대리였던 시절 월간지 ‘보이스’ 2005년 7월호에 실린 대담에서 “포츠담 선언이라는 것은 미국이 원자폭탄 두 발을 떨어뜨려 일본에 엄청난 참상을 안긴 후 ‘어떠냐’며 내던진 것이다”는 발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포츠담 선언은 1945년 7월 26일 미국·영국·중국 정상 이름으로 발표됐고 원자폭탄은 같은 해 8월 6일과 9일에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각각 투하됐다.
시이 위원장은 이런 점에 근거해 “(선언은) 두 개의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후 내던진 것이 아니다. 사실 오인이 있다”고 지적하고서 “정말로 읽지 않았다는 게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아베 총리가 포츠담 선언을 정말 읽지 않았는지, 혹은 시이 위원장이 거론한 월간지 대담 이후에라도 읽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일본이 일으킨 전쟁이 침략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전쟁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점을 아베 총리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인상을 다시 한번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도통신은 일본을 상대로 싸워 승리한 국가의 역사 인식에 강한 저항감을 지닌 것으로 추정되는 아베 총리의 속마음이 당수 토론에서 슬며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포츠담 선언은 일본에 대한 무조건 항복 요구와 전후 일본의 처리 방침을 담아 연합국 측이 발표한 문서로, 여기에는 일본의 권력자가 세계 정복을 위해 일본 국민을 잘못 이끌어 전쟁을 일으켰다는 인식과 종전 후 전쟁 범죄를 처벌하겠다는 방침 이 함께 실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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