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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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일본 총리 도전을 노리고 있는 노다 세이코(자민당 의원) 전 총무상.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노다 전 총무상 페이스북>
지난해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이 만들어지는 등 나름의 노력은 기울여지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제도적인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성이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여성 의원이 늘어나면 방만한 재정지출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낡은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국회에서 여성 의원은 마이너리티(차별받는 소수자집단)가 아니라 이물질에 가깝다”는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의 최근 발언이 척박한 일본의 여성 정치 현실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국회의원 초선 동기로 차기 총리 후보 여론조사에도 오르내리는 노다 전 총무상은 이달 초 여성 정치인 양성기관인 ‘패리티 아카데미’ 등 주최의 ‘여성 정치리더 트레이닝 합숙’ 리셉션에서 이 발언을 했다.
노다 전 총무상은 여당인 자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여성들을 많이 입후보 시켜준 야당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성의 정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법률 제정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올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여성 후보자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반면 야당은 입헌민주당 45%, 국민민주당 36% 등 2~3배에 달했다.
일본 국회는 지난해 5월 ‘남녀후보자균등법’(정치분야에서의 남녀 공동참여 추진법)을 제정했다. 정당과 정치단체, 국회·지방의회 선거에서 남녀 후보자 수를 가능한 한 균등하게 맞추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여성 참정권이 발효된 1946년 이후 여성 의원의 수를 늘리기 위해 법이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가능한 한’이라는 문구에서 나타나듯 의무조항이 아니어서 당초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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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선언과 관련, ”실제로 핵을 포함한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위해 움직이는지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다. 사진은 2017년 11월1일 중의원에 나온 아베 총리가 자민당 노다 세이코 의원(왼쪽)과 대화 중 주먹을 들어 보인 모습.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여성 의원의 수가 늘어나면 가뜩이나 심각한 일본 정부의 재정난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인식도 큰 걸림돌 중 하나다. 나카바야시 미에코 와세다대 교수는 “취업여성의 증가로 육아, 돌봄 서비스 등 그동안 여성들이 해온 노동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여성 의원들일수록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정부지출 압력을 높임으로써 방만한 예산을 초래할 것이라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나카바야시 교수는 그러나 “미국 의회에 제출된 법안이나 결의안을 조사한 결과 2013년 이후 여성 의원들 쪽이 남성 의원들보다 세출 증가를 억제하려는 경향이 강했다”며 근거없는 선입견일뿐이라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여성 의원 할당제 등을 도입하지 않았지만 여성 후보자에 대한 활발한 자금 지원을 통해 여성 정치인의 수를 늘린 미국 사례를 들면서 “여성 후보자에 대한 자금 지원이 할당제 등 입법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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