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소년은 총을 들었다

남수단 소년은 총을 들었다

입력 2014-06-10 00:00
업데이트 2014-06-1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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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병 1만명 “내 가족·고향 공격한 군인들에 복수하고 싶다”

“내 고향을 공격하고 동네 사람들을 죽인 군인들에게 복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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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반군 소속 한 소년병(왼쪽)이 총을 든 채 북부 벤티우 지역의 부대를 지키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남수단 반군 소속 한 소년병(왼쪽)이 총을 든 채 북부 벤티우 지역의 부대를 지키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아콤(14)은 남수단 어퍼나일주의 말라칼에 살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내전으로 그의 마을은 쑥대밭이 됐고, 먹을 것을 찾으러 폐허가 된 동네로 돌아간 게 화근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군대에 희생당한 것이다. 그는 어머니와 형을 유엔 주둔 지역에 남겨 두고 반군에 자원했다.

9일 뉴욕타임스와 허핑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남수단 내전이 길어지면서 어린이가 군대에 동원되고 있다. 지난해 살파 키르 대통령이 쿠데타 음모 혐의로 리에크 마차르 부통령을 해임하자 부통령 지지자들이 대정부 투쟁에 돌입했다. 내전은 대통령 소속 ‘딩카족’과 부통령의 ‘누에르족’ 간 부족 전쟁으로 확산됐다.

유엔은 정부군과 반군 양측 소년병이 9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주로 어퍼나일, 종레이, 유니티 등 분쟁이 극심한 3개주에서 소집된다.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은 전체 난민 100만명 중 어린이 비율이 66%에 이른다고 예측했다. 가족을 잃은 소년들이 복수심에 군대에 자원하거나 지역 공동체 지도자들이 부족의 자부심을 들먹이며 징집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올해 초 정부군과 반군 양측에서 어린이를 징집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에티오피아에서 양측 대표를 만난 유엔 아동·무력분쟁 특사 레일라 제루기는 “정부군과 반군 모두 어린이에 대한 폭력을 인식하고 중단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군과 반군은 공식적으로 소년병 징집을 부인하고 있다. 반군의 한 관계자는 “소년병이 전투에 앞장서는 것은 아니다. 각자 총을 갖고 있지 않을뿐더러 부상병에게 물을 갖다 주거나 청소하는 등 허드렛일을 주로 한다”고 밝혔다.

18세 이하 어린이나 청소년을 군인으로 활용하는 것은 국제규약 위반이다. 남수단뿐 아니라 분쟁을 겪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쿠르드족의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이 소년병을 활용한다는 보고가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파투마 이브라힘은 “남수단이 2011년 수단으로부터 독립하기 전부터 이 지역에서는 소년병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국제구호기구는 난민캠프에서 소년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축구, 배구 등 스포츠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산수나 영어 등을 가르치고 있다. 월드비전의 마키바 야마노는 “청소년 특유의 에너지와 분노를 군대를 통해 발산하지 못하도록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4-06-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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