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단호한 대응” 보복 공언
미사일 6발… 軍간부 등 11명 사망
숨진 자헤디, 혁명수비대 최고 거물
美 “이 공격 사전에 알지 못했다”
헤즈볼라 “반드시 처벌·복수” 경고
알자지라 방송 금지 법안도 통과
실정 책임 떠넘겨 위기 모면 의도
이스라엘, 시리아 이란영사관 폭격
1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 건물이 이스라엘 F-35 전투기 두 대의 미사일 공습을 받아 몇 개 뼈대만 남긴 채 무너져 내렸다. 이 타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를 비롯한 군사 고위급 7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되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향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 이슬람 민병대를 지원하며 대리전을 벌여 온 이란을 직접 타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마스쿠스 로이터 연합뉴스
다마스쿠스 로이터 연합뉴스
시리아 외교부는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IDF) F-35 전투기 두 대가 이날 오후 5시쯤 골란고원을 넘어 다마스쿠스 영공에 진입해 이란 대사관에 미사일 6발을 쏴 이란 군 고위 간부 7명을 포함해 1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논평을 거부하던 다니엘 하기리 IDF 대변인은 이날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 기지를 겨냥한 것”이라며 “이 곳은 대사관도, 영사관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공습을 당한 이란 영사관은 대사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이번 공습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위이자 시아파를 창시한 순교자 이맘 알리를 기리는 시아파 종교 명절 ‘아슈라’(Ashura)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을 새해 첫날로 삼는 이란의 설 명절 ‘노루즈’(Noruz)가 겹치는 날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유대교 전통 명절인 초막절 마지막 날인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것과 대비된다. 이날 이란 전역은 새해를 맞아 거리로 나온 인파로 북적였고 수도 테헤란 등 이란 주요 도시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요구하는 시위도 이어졌다.
美·이스라엘 국기 불태우는 테헤란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팔레스타인 광장에 집결한 시위대가 이스라엘과 미국 국기를 나란히 들고 불태우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은 이슬람 민병대를 지원하며 이스라엘과 ‘그림자 전쟁’을 벌이면서도 중동 전체로의 확전을 경계했으나 직접 타격을 받으면서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테헤란 EPA 연합뉴스
테헤란 EPA 연합뉴스
이날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얀 이란 외무장관은 “우리는 침략적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에 단호한 대응을 취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 고유한 권리를 가진다”며 보복을 공언했다. 그는 스위스 대사를 초치해 “이스라엘 행동에 대한 미국의 대답이 무엇인지 대신 물어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익명의 미 정부 관리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란의 메시지가 미국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애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스라엘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고,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를 비롯해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파키스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국가들이 일제히 비판에 동참했다. 시리아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이 범죄는 처벌과 복수 없이 넘어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이스라엘 총리가 국가 안보를 훼손한다고 규정한 해외 언론 보도를 금지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탈장 수술을 마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테러 방송 알자지라의 활동 중단을 위해 조치에 나선다”고 썼다. 아랍권 제일 언론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내 민간인이 다수 희생되자 이스라엘을 비판해 왔고, 네타냐후 총리는 “알자지라는 하마스 대변자”라고 맞섰다.
2024-04-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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