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아라베스크콩쿠르 1위 정영재 & 베스트 파트너상 김리회

러 아라베스크콩쿠르 1위 정영재 & 베스트 파트너상 김리회

입력 2010-05-24 00:00
수정 201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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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든 때요? 발레를 못할때죠!

“콩쿠르 기간 절 챙겨주셨던 어머님께 감사드려요.” 지난달 러시아 아라베스크 콩쿠르에서 우승한 발레리노 정영재(26)의 소감이다. “너무 진부하잖아요. 좀 색다르게 말해봐요.” 기자의 닥달에 몇 초를 머뭇거리다 나온 말. “저기…, 아버지께도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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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재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폭소로 시작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춤 실력과 반비례하는 말주변으로 기자를 속터지게 만들었지만 발레 얘기만 나오면 눈빛이 달라졌다.

콩쿠르에서 우승해 제일 좋은 것도 “홀가분하게 춤 출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병역 얘기다. 병역법상 유네스코가 지정한 콩쿠르에서 2위 안에 들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1990년 첫 대회를 연 아라베스크 콩쿠르는 1994년 유네스코 공식 콩쿠르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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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노 정영재
발레리노 정영재
“군 입대는 발레리노에게 치명적이에요. 남자는 몸이 유연하지 않아 하루만 연습을 게을리해도 현격히 차이가 나거든요. (군 복무 뒤) 다시 감을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병역 문제 말고도 좋은 게 또 하나 있다고 했다. “나처럼 발레해도 인정받을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이다. 정영재는 기술 보다는 체력에 더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하루에 2시간 이상 체력 훈련을 한다. “체력이 뒷받침되니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아요. 원래 콩쿠르는 긴장 때문에 힘이 많이 빠지거든요.”

정영재는 아라베스크 콩쿠르에서 사상 처음 심사위원 전원에게서 10점 만점을 받았다. 그리고 대회에 참가한 남녀 무용수를 통틀어 최고에게 주는 그랑프리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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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김리회
발레리나 김리회
정영재는 수상의 영광을 콩쿠르에서 함께 연기한 발레리나 김리회(23)에게 돌렸다. 국립발레단 소속인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대학 재학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왔다. 김리회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호흡이 무척 중요해요. 같이 있으면 여자는 예쁘게, 남자는 멋있게 보이게 하는 파트너가 있는데 영재 오빠와 제가 그런 평가를 많이 들어요. 흔히 ‘그림이 좋다’고들 하죠.”라며 활짝 웃었다.

김리회는 콩쿠르 공식 참가가 아닌, 정영재를 도와주는 파트너 역할이었음에도 상을 쓸어담았다. 정영재와 함께 ‘베스트 듀엣상’을 받았고, 러시아의 전설적 무용수인 바실리에프 막심모바 이름을 딴 ‘막심모바상’, 1라운드에서 우수한 연기를 보여준 사람에게 주는 ‘라 실피드상’, 비참가자에게 주는 ‘베스트 파트너상’까지 4개를 받았다.

두 사람에게 가장 힘든 때를 물었다. 정영재는 “휴가받고 놀다 지칠 때”, 김리회는 “부상 당했을 때”를 꼽았다. 따지고보면 결국 같은 대답이다. “발레를 하지 못할 때”라는 의미다. 두 사람은 “발레를 떠난 삶은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의 ‘그림’이 얼마나 좋은지 확인할 기회가 있다.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코펠리아’를 공연한다. 1만~3만원. 1544-5955.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5-2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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