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영화제 차분한 영화가 대세

올해 칸 영화제 차분한 영화가 대세

입력 2010-05-24 00:00
업데이트 2010-05-2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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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결과…금융위기로 마켓은 악영향

 심심하고 차분하다.그러나 결과는 파격적이다.올해 칸 영화제를 요약하는 말이다.

 제63회 칸 영화제가 23일(현지시간)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엉클 분미’의 황금종려상 수상과 함께 폐막했다.피가 낭자하고 과격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개인의 내면과 일상생활의 잔잔함을 다루는 영화들이 강세를 보였다.

 ◇ 파격적 결과…아시아 영화의 약진

 ‘가위손’ ‘스위니 토드’ 등 그간 독특한 소재의 영화들을 만들어온 팀 버튼 감독이 이끄는 올해 심사위원단은 안정적인 선택 대신 다소 파격적인 결과를 내놨다.

 마이크 리,압바스 키아로스타미,켄 로치 등 거장 감독들의 영화 대신 아핏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엉클 분미’를 최고 작품으로 선택한 것.

 위라세타쿤 감독은 2004년 ‘열대병’으로 태국영화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감독이지만 아무래도 유럽의 거장들에 비해 이름값이 떨어지는 중견 감독이다.

 심사위원상도 아프리카 차드 출신인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울부짖는 남자’에게 돌아갔다.차드 출신 감독이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도,본상 수상도 처음이다.

 아시아 영화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경쟁부문에 오른 19편 가운데 6편이 진출한 아시아 영화는 7개의 본상 중 가장 영예로운 황금종려상과 각본상(이창동의 ‘시’)을 가져감으로써 위상을 높였다.

 특히 아시아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1997년 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향기’와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가 공동 수상한 이래 13년 만의 일이다.

 반면 거장들은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작년 미카엘 하네케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기며 거장들에게 예우를 보냈던 칸은 올해 거장 감독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영화제 기간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마이클 리 감독,켄 로치 감독,니키타 미할코프 감독 등은 빈손으로 돌아갔고 그나마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만이 줄리엣 비노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기면서 체면을 유지했다.

 ◇ 차분해진 ‘칸’

 작년 ‘안티 크라이스트’ ‘박쥐’ 등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강한’ 영화들이 주목을 받았다면 올해는 차분하면서도 일상을 관조하거나 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 개인의 선택을 다룬 영화들이 다수를 이뤘다.

 영화제 기간 가장 시선을 끈 영화는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마이크 리 감독의 ‘어나더 이어’다.이 영화는 세계 9개 매체의 평점을 합산하는 스크린 인터내셔널로부터 최고평점(4점 만점 중 3.4점)을 받았다.

 영화는 노년의 중산층 부부와 그들의 주변인이 꾸며가는 이야기를 담았다.봄,여름,가을,겨울의 4장으로 이뤄진 이 영화는 온기와 냉기를 동시에 머금으며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증명서’도 가짜 부부 행세를 하는 남녀를 통해 진짜와 가짜 문제에 대해 천착했다.멜로드라마적인 형식을 취한 영화는 기본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자비에 보부아 감독의 ‘신과 인간’은 알제리의 수도원에서 봉사하다가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납치돼 살해당한 프랑스계 가톨릭 수도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목숨이냐 신앙이냐를 놓고 방황하는 수도사들의 인간적인 선택을 다뤘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휴머니즘을 자극했다.

 더그 라이먼 감독의 ‘페어 게임’,켄 로치 감독의 ‘루트 아이리시’ 등은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했으며 비경쟁 부문에 상영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스’는 금융위기의 파고를 소재로 하는 등 현대사의 질곡을 다룬 작품들도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 감독의 ‘비우티플’ 왕샤오슈아이(王小帥) 감독의 ‘충칭 블루스’,하룬 감독의 ‘울부짖는 남자’ 등도 사회 속에서 개인이 겪는 고난을 그렸다.

 쿠엔틴 타란티노 등 황금종려상을 받은 4인방이 총출동해 ‘별들의 전쟁’에 비견됐던 작년에 비해 신인 감독들의 작품들도 경쟁부문에 비중있게 소개됐다.

 올해에는 ‘아웃로드’의 라시드 부샤렙 감독(알제리),‘울부짖는 남자’의 마하마트 살레 하룬(차드),‘유 마이 조이’의 세르게이 로드니차(우크라이나) 등이 경쟁부문을 처음 찾았다.작년에는 경쟁부문에 처음 진출한 감독의 작품은 단 한편도 없었다.

 ◇ 금융위기로 얼어붙은 ‘마켓’

 칸 영화제 마켓은 아메리카 필름마켓(AFM)과 함께 세계최고의 필름 마켓으로 통한다.하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영화를 팔고 사는 필름 마켓에도 악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지난해 칸 필름마켓에는 100여개국에서 약 1만명이 참가했다.올해는 금융 위기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제작되는 영화 수가 줄어든데다 그리스발 재정위기까지 터지면서 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칸 영화제 기간에 발행되는 일간지 버라이어티는 최신호에서 “세계 경제 침체가 칸 영화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버라이어티는 칸 영화제 기간에는 각종 합작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되지만 올해는 그에 대한 별다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적어도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대작 영화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바타’로 촉발된 본격적인 3D 시장을 노리는 영화들도 많았다고 마켓 관계자들은 전했다.

 영화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는 24일 “경기 침체 때문에 큰 예산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그런 대작들이 없는 틈새시장을 노린 3D 영화들이 각광을 받은 마켓이었다”며 “다만 저예산 공포나 에로영화조차 3D화 하려는 경향까지 엿보여 3D 시장이 너무 과열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 날아오른 한국영화

 홍상수 감독은 칸 영화제 6번째 도전 끝에 ‘하하하’로 공식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대상을 받았다.1984년 이두용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가 이 부문에 첫 진출한 후 수상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홍 감독은 여섯 번이나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지만 이번이 첫 수상이다.그동안 ‘강원도의 힘’ ‘오! 수정’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지난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감독 주간에서 상영됐다.

 2007년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이창동 감독은 올해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시’로 경쟁부문 각본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가 경쟁부문에서 상을 받은 경우는 다섯번째다.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은 이래로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대상을,2007년 전도연이 ‘밀양’(이창동 감독)으로 여우주연상을,작년 ‘박쥐’(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경쟁부문에 진출한 임상수 감독의 ‘하녀’와 비평가 주간에 진출한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시네파운데이션에 진출한 김태용 감독의 ‘얼어붙은 땅’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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