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키신 플레이즈 슈만’

[음반리뷰] ‘키신 플레이즈 슈만’

입력 2010-06-21 00:00
업데이트 201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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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슈만’ 부드럽게 쉽게

피아니스트들에게 슈만(원안 사진)의 곡은 꽤 까다로운 상대다. 단순히 기교적으로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곡은 극적으로 치닫는 듯하면서도 금세 사그라져 버린다. 뭔가 말을 하려다 얼버무리는 사람처럼 도무지 꿍꿍이를 모르겠다. 곡 해석에 애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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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들은 여기서 고민한다. 이렇게 긴장과 이완이 모호한 슈만의 곡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휘몰아 칠까. 안 된다. 그럼 슈만 특유의 신비로움이 퇴색될지도 모른다. 그럼 잔잔하고 침착하게 다가갈까. 또 안 된다. 그렇게 해석했다간 자장가밖에 안 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치란 말인가.

●슈만 탄생 200주년 기념 발매 음반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사진 위)은 슈만의 곡 해석에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키신이 슈만 탄생 200주년을 기념, 발매한 ‘키신 플레이즈 슈만’(Kissin Plays Schmann)에서는 키신만이 내뿜을 수 있는 독특한 슈만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음반은 그간 국내에 라이선스로 발매되지 않았거나 절판돼 구하기 어려웠던 키신의 슈만 음반을 한데 모았다. 키신은 슈만의 곡에서 모호한 지점인 긴장과 이완을 뚜렷히 대비시킨다. 하지만 쉽사리 흥분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며 슈만 특유의 색감을 잃지 않는다. 특히 ‘사육제’(2001년 녹음)는 이 음반의 별미. 슈만의 극적인 면모를 강조하면서도 균형미와 자연스러움이 배어 나온다. 사육제는 곡이 난해해 흐름을 짚어내기가 어려운데 키신은 곡의 뼈대를 잘 잡아내며 너무나 쉽게 풀어낸다. 음표들을 질서정연하게 하나의 큰 줄기에 모아 놓는 키신의 재주가 놀랍다. 개인적으로 동곡 최고의 명연으로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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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녹음 ‘사육제’ 최고의 명연

함께 수록된 ‘교향적 연습곡’과 ‘아베크 변주곡’은 1990년 카네기홀 실황 음반이다. 명징하고 깔끔한 선율미, 절묘한 리듬 감각이 돋보인다. 10대의 나이에 연주한 것이라 다소 기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역시 슈만을 명료하게 들려주는 명연이다.

다만 피아노 협주곡(1993년 녹음)이 다른 곡들에 비해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게 아쉽다.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지휘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이 음반은 전체적으로 처지는 느낌이 강하다. 키신은 날렵하게 힘을 빼려 하는데 오케스트라가 무게감 있게 접근하고 있다. 뭔가 둘이 맞지 않는다. 이 음반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잘 알려진 곡일 텐데, 키신이 다른 슈만 곡에서 들려줬던 발군의 실력이 잘 나타나지 않은 게 옥에 티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6-2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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