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코로네이션 볼’

[뮤지컬 리뷰] ‘코로네이션 볼’

입력 2011-01-17 00:00
수정 2011-01-1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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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즐거운 ‘음악의 성찬’… 고정관념 깬 파격

좀 아깝다. 17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 올랐던 뮤지컬 ‘코로네이션 볼’ 얘기다.

흔히 뮤지컬 하면 인물 간 강인한 극적 대립이나 화려한 군무, 앙상블의 합창 등을 떠올리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복잡하게 전환되는 화려한 무대도 없다. 배우가 우직하니 달려 나와 노래만 부른다. 스토리마저도 약간 기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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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음색으로 귀를 즐겁게 하는 엄태리.
화려한 음색으로 귀를 즐겁게 하는 엄태리.
배경은 미래세계 모노폴리스. 유토피아를 꿈꾸는 세상이지만, 여기엔 모노폴리스에 반항하는 지하조직 블랙스타스가 있다.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사랑이 주 내용이다. 공상과학(SF)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도대체 왜 그런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뤼크 베송의 영화 ‘제5원소’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흔히 접할 수 있는 뮤지컬과는 완전 다른 형식이다.

이렇게 꾸며진 이유는 ‘코로네이션 볼’이 음악의 힘만을 내세운 작품이어서 그렇다. 보통 무대 아래 배치하던 오케스트라를 1층 무대 중앙에 떡하니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우가 노래를 부를 때 배우뿐 아니라 호흡을 같이 맞추는 연주자에게도 조명을 비추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덕분에 음악을 더 즐길 수 있다.

‘코로네이션 볼’의 원작은 1979년 초연돼 프랑스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스타 마니아’다.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작사·작곡가로 알려진 뤼크 플라몽동과 미셸 베르제가 만들었고, 초연 당시 공연 앨범만 500만장 이상 팔리는 등 프랑스에서 대중 뮤지컬 시대를 열었던 작품으로 꼽힌다.

셀린 디옹, 신디 로퍼 등 세계적 팝스타들도 ‘스타마니아’ 수록곡을 앨범에 담았던 적이 있을 정도다. ‘세상은 마치 차가운 돌처럼’(Le monde est stone) 등 CF를 통해 귀에 익숙하긴 하지만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곡들도 많이 있다.

때문에 ‘노트르담 드 파리’의 성공 이후 프랑스 뮤지컬 최대 매력 포인트로 꼽혀 온 음악성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창력 있는 캐스팅도 좋다. 뮤지컬 배우 윤영석·홍경수·이영미·신영숙·엄태리·정원영에다 가수 진주·베이지 등이 있다.

특히 윤영석이 굵은 저음으로 전체적으로 중심음을 잡아주는 와중에 신영숙과 엄태리가 화려하고 날카로운 음색을 얹어 놓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귀가 꽤나 호강하는 기분이다. ‘코로네이션 볼’(Coronation Ball)은 원래 왕실대관식 연회라는 뜻. 뮤지컬적이기보다는 갈라쇼나 콘서트처럼 느긋하니 음악을 즐기라는 메시지가 담긴 제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러려면 어색하게 끼어드는 배경화면과 설명을 없애고 아예 규모를 줄여서 소극장에서 하는 게 더 많은 호응과 박수를 이끌어 냈을 것이란 느낌이 든다. 4만~10만원. (02)2203-0848~9.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0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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