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의 큰 별 지다... 작가 박완서 별세

문단의 큰 별 지다... 작가 박완서 별세

입력 2011-01-22 00:00
수정 2011-01-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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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내가 살아낸 세상은 연륜으로도, 머리로도, 사랑으로도, 상식으로도 이해 못 할 것 천지였다.”

 팔순의 나이에도 스스로를 ‘영원한 현역’으로 부르며 왕성한 필력을 발휘해 온 한국 문학계의 거목 박완서씨가 22일 오전 6시17분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해 가을 담낭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후 치료를 해왔지만 최근 급격히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1931년 개성 외곽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지만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중퇴했다. 그러나 작가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고 1970년 40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현상공모에서 ‘나목(裸木)’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그는 평소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해왔다. 전쟁과 분단, 민주화 등 한국현대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경험을 살려 사람과 자연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작품에 담아냈다. 특히 자본주의가 만든 황폐한 인간성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대중적인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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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의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 ‘서 있는 여자’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등이 대표적이다. 또 소설집 ‘엄마의 말뚝’ ‘꽃을 찾아서’ ‘저문 날의 삽화’ ‘한 말씀만 하소서’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등을 냈으며,‘나 어릴 적에’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부숭이의 땅힘’ ‘보시니 참 좋았다’ 등의 동화집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 수필집 ‘세 가지 소원’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 ‘살아 있는 날의 소망’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어른노릇 사람노릇’ ‘두부’ ‘호미’ 등도 엮어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가 현재까지 출간된 마지막 작품이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만해문학상, 인촌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과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사회활동에도 열심이었다. 1993년부터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했고, 2004년 예술원 회원으로 선임됐다.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던 그는 2006년 문화예술계 인물로는 처음으로 서울대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유족은 장녀 원숙(작가), 차녀 원순, 삼녀 원경(서울대 의대 교수), 사녀 원균 씨 등 4녀와 사위 황창윤(신라대 교수), 김광하(도이상사 대표), 권오정(성균관대 의대 학장), 김장섭(대구대 교수)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6호, 발인은 25일 오전이다.장지는 용인 천주교 묘지.02-3410-6916.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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