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맞은 극단 ‘학전’ 김민기 대표

20주년 맞은 극단 ‘학전’ 김민기 대표

입력 2011-02-22 00:00
수정 2011-02-2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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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가 못돼 그런지 안되는 일만 골라 해 하지만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일이었죠”

조승우·황정민·설경구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거쳐 간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열풍을 이끌며 소극장 공연의 자존심을 지켜 온 극단 학전이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새달 10일부터 30일까지 20주년 기념 특별 공연도 선보인다.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의형제’ ‘분홍병사’ 등 학전이 자랑하는 대표작 12편을 엄선, 다이제스트 공연으로 선보인다. 요즘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조승우가 특별출연한다.

이 학전을 만든 이가 민중가요 ‘아침이슬’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김민기(60)다. 그는 독일 원작 ‘지하철 1호선’을 들여와 국내 무대에 처음 올렸다. 연출도 직접 맡았다. 해외 작품이지만 우리 실정에 맞게 거의 창작극 수준으로 바꿨고, 소극장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15년 장기공연과 관객 70만명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번안 뮤지컬의 새 장을 열었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김 대표를 21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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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회화과 재학 중인 1970년 ‘아침이슬’을 불러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됐던 김민기 학전 대표가 21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관 20주년을 맞은 학전과 음악다방 ‘세시봉’ 활동시절을 얘기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서울대 회화과 재학 중인 1970년 ‘아침이슬’을 불러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됐던 김민기 학전 대표가 21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관 20주년을 맞은 학전과 음악다방 ‘세시봉’ 활동시절을 얘기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20주년을 맞은 소감부터.

-지겹다.(웃음) ‘지하철 1호선’은 1994년에 처음 시작했는데 최근작 ‘고추장 떡볶이’까지 세어 보니 12개 작품을 올렸더라. 2008년 말 ‘지하철 1호선’ 4000회 공연을 끝으로 이후 2년 동안은 주로 어린이 무대에 주력했다. 너무 정신 없이 뛰어 왔는데 올해는 그동안의 작업을 좀 정리한 뒤 새 출발해 볼까 한다. 새 출발은 역시 어린이 공연 쪽이다.

→‘지하철 1호선’ 21세기 버전을 구상 중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정리 작업이 먼저다. 정리 이후 새 버전을 올릴 생각이다.

→‘지하철 1호선’으로 돈 좀 벌었을 것 같은데.

-그 작품은 행운이었다. 하지만 어린이 공연하면서 작품당 4000만~5000만원씩 적자 봤다. ‘지하철’로 모은 돈 다 털어 넣었다. 20주년 기념공연 수익도 어린이 무대 기금으로 조성할 생각이다.

→재정난 속에서도 20년이나 학전을 고집한 이유는.

-내가 좀 바보 같고 미련하다. 어린이 무대 같은 건 사실 돈이 안 되니까 남들이 안 하는 건데…. 이상하게 심보가 못돼 그런지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991년 학전을 연 것도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통기타 가요 같은 음악이 모두 사라져 오갈 데 없는 가수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학전이 여기까지 오는데 가장 큰 힘이 돼준 분은.

-너무 많다. 개인적으로 원주의 토지문화관이 참 고맙다. 2000년도 들어서 창작실이 생겼는데 이전에는 작품을 올리면 그야말로 시체가 됐었다. 심신이 피로했고 버티기 위해 술을 마시고 그러면 몸이 망가졌다. 토지문화관을 찾아 박경리(2008년 작고) 선생님도 뵙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요즘 공연계 풍토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 연극 동네에서는 극단이 주체가 돼 공연을 만들었다. 요즘은 기획사들이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런 상업적 시스템으로는 문화라는 맥락이 살아남지 못한다.

→(조영남, 이장희, 김민기 등이 멤버였던) ‘세시봉’이 요즘 다시 인기다.

-대중들 사이에 아날로그적 음악의 본령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 같다. 동물원, 박학기에 이어 (아날로그적 본령이 느껴지는) 루시드폴이나 이적 같은 가수를 (학전에서) 소개해 보고 싶다.

→조승우, 황정민 등도 기념공연에 특별 출연하나.

-조승우는 출연이 확정됐다. 윤도현, 설경구 등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대수, 조영남, 이장희 등 ‘세시봉 멤버’들은 또 하나의 (학전) 20주년 기념공연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마지막날 무대에 서기로 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1-02-2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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