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알고 보면 권력자의 통치수단

달력, 알고 보면 권력자의 통치수단

입력 2012-01-03 00:00
수정 2012-01-0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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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마다 한해 일정을 챙겨보느라 찾게 되는 달력.

기원전 2세기 고대 로마에서는 달력이 권력 통제의 수단이 됐다. 당시 권력자들은 장날과 민회가 겹치면 평민들이 몰려들어 정치적 목소리를 낼까 봐 전전긍긍했기 때문.

독재관 호르텐시우스는 아예 장날과 민회가 겹치지 않도록 달력을 손봤고 이를 법으로 명문화했다. 기원전 287년 제정된 호르텐시우스법이 그것이다.

독일 고전문헌학자인 외르크 뤼프케는 신간 ‘시간과 권력의 역사’에서 이 같은 달력 속 비밀을 파헤친다.

저자는 달력의 기원과 발전 양상을 문화사 측면에서 살펴보면서 달력이 지배층의 통치 수단으로 활용된 전례를 곳곳에서 짚어낸다.

고대 로마뿐만 아니라 근대 아시아에서도 달력은 위정자들이 애용하는 지배 도구였다.

1873년 일본 천황은 다음해 달력이 인쇄 중인데도 불구하고 그레고리력 개혁을 단행했다.

윤달이 끼어 있는 1873년 관료에게 지급해야 할 한 달치 급료를 줄이려고 달력을 개정한 것.

역대 통치자들은 이 밖에도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축제일을 새로 지정하는 방식 등으로 권력을 강화해왔다고 저자는 덧붙였다.

일주일이 7일 주기로 된 기원은 뭘까.

헬레니즘 시대 토성과 목성 등 7개 행성에서 따온 시간 체계에 유대교 안식일 제도가 결합하면서 일요일을 쉬는 날로 한 일주일 주기가 자리 잡았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그는 “달력은 지배자인 동시에 피지배자”라면서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자 “문화적 생산물로서 모두가 참여해 만든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옮김. 알마 펴냄.

332쪽. 1만8천5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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