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홍씨 생일상에 오른 별미는 개고기찜

혜경궁홍씨 생일상에 오른 별미는 개고기찜

입력 2012-02-01 00:00
수정 2012-02-0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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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탐식가들’ 출간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책이다. 잔칫상에 어떤 음식이 올랐는지도 자세히 적혀 있다.

이들 음식 중에 단연 눈에 띄는 음식은 ‘구증’(狗蒸). 개고기찜이다.

실록에는 왕이 개고기를 먹었다는 내용은 없지만 왕실 연회상에 개고기가 오른 것을 보면 개고기는 왕실에서도 별미였다고 짐작된다.

중종의 사돈으로 권세를 누린 김안로는 ‘개고기 마니아’였다. 얼마나 개고기를 좋아했던지 맛있는 개고기 요리를 바친 자들을 조정의 요직에 등용해 구설에 오를 정도였다.

효종 때는 개고기 요리 가장(家獐) 때문에 사대부 관리가 요리사를 때려죽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은 길고 고달픈 유배 생활 중에 건강을 지키고자 개고기를 먹었다.

”개고기 삶는 법을 말씀드리면, 우선 티 끝이 묻지 않도록 개를 달아매어 껍질을 벗기고 창자나 밥통은 그대로 씻어도 그 나머지는 절대로 씻지 말고 곧장 가마솥 속에 넣어서 바로 맑은 물로 삶습니다.”

다산이 흑산도에 유배된 형 약전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일부다.

신간 ‘조선의 탐식가들’은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음식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조선의 왕세자 교육’ 등 역사 교양서를 집필한 아동문학가 김정호 씨는 방대한 자료 더미 속에서 건져 올린 탐식가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버무려낸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음식과 관련해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통쾌하게 무너지고, 서로 연결되지 않던 현상들이 잘 꿰 맞춰진다”면서 “맛깔스런 글의 성찬”이라고 소개했다.

조선 사람들의 유별난 쇠고기 사랑, 명나라 황제도 감탄한 조선 두부의 맛, 음식 때문에 수차례 ‘관직 로비’를 한 허균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뿐 아니라 ‘두부 짜는 모양’ 등 책에 수록된 다채로운 풍속화가 보는 재미,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따비. 336쪽. 1만5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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