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나 “마지막 드라마라는 심정으로 작업”

송지나 “마지막 드라마라는 심정으로 작업”

입력 2012-02-25 00:00
업데이트 2012-02-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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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 PD와 다시 손잡고 ‘신의’..8월 SBS 방송”정치와 무협, 판타지에 로맨틱 코미디 섞여”

송지나(53) 작가-김종학(61) PD 콤비가 또다시 뭉친다.

오는 8월 SBS가 방송할 24부작 대작 드라마를 통해서다. 현재 가제는 ‘신의’.

하지만 제목이 바뀔 가능성이 90% 이상인 이 드라마는 ‘퇴역전선’ ‘우리읍내’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대망’ ‘태왕사신기’에 이어 송지나-김종학 콤비가 다시 손잡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것만으로도 관심을 받는다.

한데 이 드라마는 정체가 참으로 모호했다. 기획이 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족히 3년이 흘렀는데, 그사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갖가지 스토리의 버전이 등장했다 사라졌다. 김희선이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들린 게 벌써 2년 전이다.

하지만 거기서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드라마는 지난해 9월 작가가 송지나로 교체되면서 스토리를 전면수정함과 더불어 비로소 시동을 다시 켜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마침내 최근 SBS 편성도 확정됐다. 현재 대본은 5-6부 정도 나온 상태.

송 작가와 김 PD는 송 작가 표현에 따르면 2007년 ‘태왕사신기’ 이후 “다시는 보지 말자”며 헤어진 사이다. 하지만 둘은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됐다.

송 작가는 “내가 아무래도 전생에 김 감독님께 빚을 엄청나게 많이 진 모양”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송 작가 작업실에서 최근 그를 만났다. 그리고 ‘신의’에 대해 들었다.

그런데 그 전모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더한 것이 있었다. ‘신의’를 마지막 드라마라는 심정으로 작업한다는 송 작가의 ‘폭탄 고백’(?)이었다.

”정말 이게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한다”는 그는 “순수성을 잃고 돈의 논리로 굴러가는 지금의 드라마계에서 내가 그런 것들과 타협하지 않고 즐겁게 작업한 후에도 이 드라마가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내 뜻대로 했는데도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더 이상은 드라마를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송 작가와의 일문일답. 그는 사진촬영은 고사했다.

--’신의’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돈이 세상 최고인 현대의 성형외과 여의사 가영이 고려무사 최영에게 납치돼 고려시대로 간다. 이 황당무계한 커플이 스무 살짜리 공민왕을 만나 킹메이커 게임을 시작한다. 공민왕이 즉위하던 해의 이야기로 가영과 최영이 손잡고 공민왕을 고려의 왕으로 만드는 이야기다. 정치에 무협이 가미됐고 판타지와 로맨틱 코미디까지 섞여있다. 감독님이 무협을 위해 ‘의선사겁’이라는 무협지의 판권도 사놓았다. 각종 무협술이 판타지로 구현될 것이다. 감독님이 ‘태왕사신기’ 때 못다 한 액션에 대한 야망이 있다.(웃음)

--의학 드라마가 아니었나.

▲원래는 그랬다. 그런데 난 의학지식이 전혀 없어 그렇게는 못 쓰겠더라.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 합류한 후 이전까지의 이야기를 백지화했다. 이전 기획 중 가져온 소재는 타임슬립(시간을 초자연적으로 여행하는 현상)뿐이다. 나 역시 타임슬립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고 역사에 ‘이프(if)’를 넣는 게 재미있지 않나. 또 김 감독님과 내가 호흡을 잘 맞추는 게 정치 이야기다. 마침 2012년이 선거의 해라 킹메이커 이야기를 넣었다. ‘작은 의사는 사람의 병을 고치고 큰 의사는 나라의 병을 고친다’는 말이 있듯 의학 드라마는 아니지만 나라의 병을 고치는 좋은 리더가 탄생하는 과정을 그리고자 한다. 가영과 최영이 천하의 백성을 치유하는 진정한 왕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제목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한다. 의학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현대의 성형외과 의사가 고려시대로 가서는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 의사들에게 물어봤더니 지금 쓰는 약은 다 화학약품이라 의사가 만들 수도 없어 한의사가 아닌 다음에야 고려시대로 떨어진다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웃음) 더구나 가영이는 성형외과 의사다. 성형외과의로 설정한 것은 그게 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외모에 치중해서 보이는 게 전부인 것처럼 생각되는 요즘 시대를 꼬집는 것이다. 가영이는 고려시대에 떨어진 후에도 어떻게 하면 값비싼 고려청자를 손에 넣어 돌아가나 고민하는 애다. 그런 애가 한의를 조금씩 배워가며 진짜 의사로 거듭나는 과정도 일부분으로 그리기는 할 거다.

--두 분이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는 게 의외다.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감독님도 내가 얘기를 하니 표정이 환하게 바뀌며 좋아하시던데? 우리도 이제 늙어서 너무 힘든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웃음) 우리들이 얼마나 리얼하게 로맨틱 코미디를 그려낼지 기대해달라. 사실 ‘모래시계’도 어찌 보면 로맨틱 코미디라고 나는 생각한다. 역사와 상황에 휩쓸려서 그렇지 남녀 주인공들의 교감은 그러했다. 주변에서 대본을 보고 재미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내가 재미있다. ‘태왕사신기’를 하면서 역사에 짓눌렸었는데 지금은 마음껏 상상하는 대로 이야기를 쓰고 있어 즐겁다.

--두 분의 인연이 남다르다. 그런데 왜 작품 끝나면 서로 안 본다고 하나.

▲김 감독님과 작업하면 수명이 팍팍 줄어드는 느낌이다. 둘 다 고집이 세고 작업하면서 무척 많이 싸운다. ‘태왕사신기’ 때도 막판에는 감독님이 내 전화도 받지 않아서 내가 욕을 했다.(웃음) 그래서 우리는 한 작품 끝나면 매번 다시 만나지 말자고 하고 헤어진다. 하지만 분명한 건 둘이 작업하면 서로 상승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모래시계’도 처음에 감독님은 김두한 같은 정치깡패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그러다 나랑 이야기를 주고받고 하면서 서로 막 에스컬레이팅돼 사회와 정치상을 녹인 어마어마한 그림을 그리게 된다. 난 ‘모래시계’ 방송 후 그 드라마를 두 번 다시 보지도 않았다. 그만큼 진이 다 빠지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쓸 때 내가 도망도 많이 갔다.(웃음)

감독님과 처음 작업한 게 1987년이니 벌써 25년이다. 난 감독님께 드라마를 배웠기 때문에 사석에서는 지금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내가 드라마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기 때문에 내게 감독님은 분명 각별한 분이다. 그래서 싸우고 헤어져도 다시 만나는 모양이다.(웃음)

--지금껏 대작과 소품을 오갔다. 그 과정에서 관심을 못받은 것도 있다. 최근작인 ‘왓츠업’도 그렇고.

▲난 참 운이 좋은 작가다. 지금껏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때그때 했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는 ‘카이스트’ ‘달팽이’ ‘러브스토리’처럼 소품이다. 대작은 김 감독님이 하고 싶어하는 거지 난 아니다. 순수하게 글 쓰는 것을 즐기다가 한 번씩 김 감독님의 야망에 휩쓸려 대작을 하고 나면 수명이 줄어든다.(웃음)

시청률이 높은 것은 그 효과가 딱 사흘에서 일주일 간다. 두고두고 좋은 작품이라 불리는 것은 10년 후에도 기억되는 작품이다. 난 내가 보고 싶은데 남들은 안 하는 드라마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왓츠업’은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돈 없는 사람끼리 모여서 신인들 데리고 만들자고 한 건데 그 과정에서 돈으로 움직이는 지금 드라마계의 알파에서 오메가까지를 다 봤다. 예전에는 좋은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방송에 편성됐지만 지금은 편성을 받기 위해서는 작품 외적인 조건과 이유가 너무 많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순수하게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래도 마지막 드라마일지 모른다는 말은 놀랍다.

▲’태왕사신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돈이 드라마를 만드는 구조를 경험했다. 자본의 개입으로 이야기 구조가 많이 바뀌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씁쓸함을 많이 느꼈고 ‘왓츠업’이 편성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드라마 안 쓰면 좋아하는 선배가 하는 출판사에서 소설을 낼까 생각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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