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오르는 ‘학교폭력’

무대에 오르는 ‘학교폭력’

입력 2012-03-13 00:00
업데이트 2012-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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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니 부모… ’ 제작발표회

서울의 모 국제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한 여학생. 친구들의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그녀가 남긴 증거는 자살 직전 담임과 다른 반 친구 등 4명에게 가해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편지(유서)를 보낸 것이 유일하다.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아이들의 부모들이 한두 명씩 회의실에 소집된다. “설마 우리 아이만은…”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학부모들은 자식들을 지키고자 부조리한 단결 행동에 나선다. 유일한 증거인 편지마저 빼앗아 끝내 불태운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이하 ‘니 부모’)의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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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표, 원작자 하타사와 세이고(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배우 손숙(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해 출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시뮤지컬컴퍼니 제공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표, 원작자 하타사와 세이고(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배우 손숙(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해 출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시뮤지컬컴퍼니 제공
학원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룬 연극 ‘니 부모’가 오는 5월 18일부터 7월 22일까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의 중극장 스페이스 신도림에서 공연된다. ‘니 부모’는 일본 원작 작품이지만, 이번 공연은 한국 버전으로 무대에 오른다.

손숙,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등 연극계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기대감을 모은다.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니 부모’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제작진과 배우들을 만나 봤다.

‘니 부모’의 프로듀서를 맡은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일본 작가가 쓴 작품임에도 학교폭력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와 똑같은 광경을 갖고 있구나 싶어 선택했다.”면서 “이 작품을 각 학교를 찾아 강당에서 공연할 수 있는 퀄리티를 갖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극의 역할 중 하나가 사회적인 문제, 시사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의 원작자이자 현직 고등학교 교사인 작가 하타사와 세이고는 이날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니 부모’ 집필 계기에 대해 “2006년 규슈현에서 이지메(왕따)를 당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자살을 했다. 그 남학생 장례식에 가해자 학생 5명이 조문을 왔는데 관속에 누워 있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면서 “일본 언론은 이지메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 학생의 가정상황 등에 대해선 보도하지만, 가해자에 대해선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때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희곡으로 남겨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극 제목과 관련해 “일본에선 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행태를 비꼬는 말로 ‘니 부모 얼굴을 보고 싶다’라는 문장을 통상적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한국 식으로는 ‘네 부모가 이렇게 가르치더냐’가 되겠다. 제목은 ‘니 부모’지만, 연극에는 학생들은 없고, 그들의 부모만 등장한다.

이 공연에 이예림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손숙은 “‘니 부모’, 제목이 좀 섬뜩하죠.”라고 말한 뒤 “작품을 읽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최근 관심을 갖고 있었던 문제가 바로 학교폭력 문제였다. 이 연극이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니 부모’는 지난 1월 29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낭독 공연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당시 연기가 거의 없는 낭독 공연이었는데도 관객들이 눈물을 훔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3만 5000~5만원. (02)577-1987.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2-03-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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