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사용 등 교황의 솔직한 말 들어보세요

콘돔사용 등 교황의 솔직한 말 들어보세요

입력 2012-03-14 00:00
업데이트 2012-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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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교황 대담집 출간

천주교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며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 통하는 가톨릭 교회의 최고사제이자 1억 2000만 신자의 수장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천주교계뿐 아니라 일반의 큰 관심거리인 만큼 적지 않은 마찰과 동요를 일으키기도 한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교황의 생각을 접하게 되는 계기는 연설과 훈령 형식의 발언이 고작. 교황의 사적, 혹은 비공식적 차원의 말씀을 듣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독일 저널리스트 페터 제발트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대담 모습. 가톨릭교회사상 첫 교황 대담인 이 만남에서 있었던 교황의 어록이 책으로 나와 화제다.  가톨릭출판사 제공
독일 저널리스트 페터 제발트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대담 모습. 가톨릭교회사상 첫 교황 대담인 이 만남에서 있었던 교황의 어록이 책으로 나와 화제다.
가톨릭출판사 제공


그런 차원에서 ‘세상의 빛’(가톨릭출판사 펴냄)은 신자들에겐 ‘가뭄 속 단비’와 같은, 꾸밈 없는 교황의 어록이다.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독일 저널리스트 페터 제발트의 대담집. 페터 제발트라면 베네딕토 16세가 추기경으로 재직할 무렵 대담을 두 차례 했던 인물. 추기경을 공격할 목적으로 대담을 가진 후 거꾸로 천주교에 귀의했고 그 인연으로 지난 2010년 세상에선 처음으로 교황과의 대담을 진행해 유명인이 됐다. 따라서 이 책은 가톨릭 교회사상 첫 교황 대담집인 셈이다.

페터 제발트가 6시간에 걸쳐 교황을 만나 나눈 대담집인 책에는 세상의 큰 문제와 교회의 위기, 그리고 흔들리는 천주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천주교 수장의 고뇌와 신학적 확신이 곳곳에 스며 있다. “잘못된 영향에 대적할 힘을 내고 악의 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우리가 죽은 이들과 착한 사람들의 힘을 모두 모아야 합니다.”(‘회개할 시기’)/“교회가 신앙과 이성, 이해 가능한 것의 범위를 넘어 내다보는 것과 동시에 합리적인 책임을 함께 연결하는 것이 교회의 큰 책임으로 남아 있습니다.”(‘새 교황 뽑히셨네’)

사제들의 성 추행을 비롯한 가톨릭교회의 성도덕 문제며 2009년 아프리카 순방 때 논란을 일으켰던 ’콘돔사용 금지 발언’에 대한 해명도 눈에 띈다. “몸에 대한 긍정과 기쁨, 그러니까 성적인 것에 대한 긍정이란 늘 원칙과 책임이 수반되는 선물로 봐야 합니다. 자유와 책임이 궤를 함께하는 것은 늘 중요합니다.”/“저는 콘돔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입장을 밝힌 게 아니라 그저 그 문제를 콘돔을 나눠 주는 것만으론 해결할 수 없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그들이 병에 들기 전뿐만 아니라 병든 다음에도 도와 줘야 한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나중에 그것이 큰 말썽이 되고 말았지만 말예요.”(‘사목방문’)

페터 제발트는 대담을 마친 뒤 교황에 대해 가졌던 느낌을 서문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교황은 상대주의의 시대, 즉 ‘아무것도 궁극적인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저 자신과 자신이 바라는 것만을 최후의 척도로 삼으려는 세계관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보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2-03-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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