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록페&돈
록페스티벌(이하 ‘록페’) 마니아에게 올여름은 축복이다. 지난해 6~8월에는 지산밸리·펜타포트록페스티벌 등 5개가 열렸지만, 올 들어 슈퍼소닉·울트라뮤직페스티벌 등 4개가 더 생겼다(록페는 더는 장르적 의미의 ‘록’과 상관없이 대중음악 축제의 통칭이다). 티켓 판매를 토대로 한 시장 규모도 지난해 189억원에서 올해 226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해까지 흑자인 록페가 없다는 사실이다. 지산밸리가 그나마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그런데도 2~3일 동안 30억~50억원이 들어가는 축제가 속속 열린다. 록페가 돈을 빨아먹는 까닭을 알아봤다.지난해까지 록페 시장은 지산과 펜타포트의 양강구도였다. 지산은 펜타포트보다 3년 늦은 2009년 출범했지만, 펜타포트에서 외국가수 섭외를 도맡던 기획사 옐로우나인이 ‘공룡’ CJ와 손을 잡으면서 1위가 됐다. 지난해 관객은 9만 2000여명(연인원). 2010년(7만 9000명)보다 17% 늘었다. 지난해 40억여원이던 제작비는 올해 50억원을 훌쩍 웃돈다. 그래도 CJ E&M은 첫 흑자를 확신한다. 1위는 내줬지만, 지난해 펜타포트도 2010년보다 16% 늘어난 6만여 명을 모았다. 제작비 30억원 중 10억원과 장소협찬을 인천시에서 받는다.
●지산·펜타 양강구도 빅4로 재편될 듯
하지만, 양강구도는 곧 허물어질 조짐이다. 일본 섬머소닉 페스티벌과 출연진을 공유하는 슈퍼소닉, 세계적 지명도를 지닌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이 상륙했기 때문. 특히, ‘난타’로 유명한 PMC의 계열사 PMC네트웍스가 주관하는 슈퍼소닉은 태풍이 될지도 모른다. 올해 섬머소닉에 출연하는 그린데이, 리아나 등 거물급은 슈퍼소닉 출연자 명단에서는 빠졌다. 하지만, PMC와 섬머소닉의 제휴가 이뤄진 건 지난 2월. 출연진 선정이 전년도 11월부터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PMC 측에 시간이 없었던 셈이다. 내년부터 섬머소닉 출연가수를 고스란히 서울로 데려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은 무한하다.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의 대명사 UMF도 판도를 흔들 강자다. 1999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시작된 UMF는 스페인·브라질·아르헨티나에서 연간 100만여 명을 모은다. 벌써 2만 5000여장의 티켓이 팔렸다. 주거지역 잠실에서 열리기 때문에 밤 12시 이후 공연을 못 하고, 클럽 분위기를 내려고 ‘19금(禁)’을 자청했음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이다.
●일본·중국 등 아시아로 확대할 수도
업계에서는 록페가 당장 돈벌이는 되지 않지만, 가능성을 본다. 록 마니아들의 야외공연 관람 행위에서 가족·친구·연인끼리 보내는 여름 휴가문화의 하나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관객 연령대도 넓어졌다. CJ E&M에 따르면 지난해 지산 관객 중 20대가 60%, 30~40대가 38%였다. 하지만, 올해 티켓 구입자를 보면 20대가 49.5%, 30~40대가 48.9%이다. 가족 관객이 늘어나는 방증이다.
록페의 수익구조 중 티켓 판매대금은 40~50% 정도다. 나머지 절반을 책임지는 협력업체의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식음료·주류·자동차·패션·정보통신 업체들은 최대 3억~5억원을 내고 협력사가 된다. 외부와 차단되기 때문에 집중 노출이 가능하고, 주요관객이 소비성향이 강한 20~30대란 점도 매력적이다. 올해 지산밸리의 협찬기업은 28개, 금액은 지난해보다 30%가 늘었다.
이진영 포춘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일본 섬머소닉이 이틀간 올리는 매출은 200억원가량인데 10년쯤 걸렸다.”면서 “아직 국내 록페는 초기 단계다. 5~10년을 내다보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아시아로 시장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UMF는 전체 티켓 중 14%가 일본과 홍콩, 중국 등에서 팔렸다.
유진선 뉴벤처 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K팝공연뿐 아니라 페스티벌로도 아시아 관객을 끌 수 있다. 내년에는 관광, 숙박, 항공을 연계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2-07-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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