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남녀 고용차별 인정에 여전히 인색”

“법원, 남녀 고용차별 인정에 여전히 인색”

입력 2012-08-17 00:00
수정 2012-08-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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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책연구원, 고용상 성차별 소송 판결 30건 분석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을 위한 법률’(이하 고평법)이 시행된 지 2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법원에서 성별에 따른 고용차별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구미영 부연구위원이 공개한 보고서 ‘고용차별 관련 판결례의 분석’에 따르면 1988년 고평법 시행 이후 법원이 내린 고용상 성차별 소송 판결 30건 전체 중 성차별이 명백히 드러난 6건을 빼면 남녀 고용 성차별이 인정된 판례는 9건(30%)에 불과했다.

구 위원은 차별이 인정되지 않은 15건의 판결에 고평법의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우자의 직업 유무, 부양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일부 사원을 해고한 ‘2005년 일간스포츠 정리해고 사태’를 예로 제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해고기준이 기혼 여기자에게 불리했다는 일간스포츠 노동조합의 주장에 대해 “해고 기준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구 위원은 “배우자의 직업 유무나 부양자 수는 겉으로는 중립적인 기준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성에게 불리한) 성차별적인 기준”이라며 “편집국 내 기혼 여성 2명이 전원 해고된 사례는 간접 성차별이라는 의심을 갖기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객관적인 조건이 동일하더라도 실제 특정 성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면 차별로 간주한다는 고평법 2조의 내용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직의사 유무나 정리해고 요건 이외에 여성에게 가해진 사직 압력 등 종합적인 상황에 대한 재판부의 관심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구 위원은 오는 2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리는 ‘제2차 여성노동판례포럼’에서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다.

30건의 고용차별 관련 판례를 전수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고평법에 대한 재판부의 소극적인 법해석을 지적하고 법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어 양승엽 위촉연구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례 24건을 분석한 보고서 ‘고용상의 성차별 관련 국가인권위 결정례 분석’을 발표한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재석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과 팀장의 토론도 이어진다.

최금숙 원장은 “우리나라가 고용차별금지법제를 갖췄음에도 일터에서 느끼는 성차별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번 포럼이 남녀를 막론하고 성별로 인해 고용·근로조건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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