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관계는 유리세공 같아”

“한·중·일 3국 관계는 유리세공 같아”

입력 2012-11-05 00:00
업데이트 2012-11-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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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문제 해결하려면 ‘마음의 문제’ 먼저 풀어야” 야마무로 신이치 일본 교토대 교수 인터뷰

“한일관계 등 동아시아 3개국의 관계는 유리 세공과 같습니다.”

야마무로 신이치(山室信一) 일본 교토대 교수는 한·중·일 3개국의 관계를 ‘유리 세공’에 비유했다.

야마무로 교수는 “유리 세공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부수는 것은 순식간”이라면서 “유리 자체가 어떤 것인지 잘 파악해서 부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중수교 20주년과 중일수교 40주년을 기념해 지난 2-3일 연세대에서 열린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 주최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방한한 야마무로 교수를 최근 만났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기조 강연을 맡은 야마무로 교수는 ‘만다라로서의 중국-일본에서 본 시선’이란 제목의 강연문에서 근대 이후 일본이 중국과 조선을 멸시하고 침략 대상으로 보게 된 심리적 기제를 ‘거리(距離)의 파토스가 낳은 동경과 공포’라는 개념으로 분석했다.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갈등, 한국과 일본의 독도 문제는 국민감정, ‘마음의 문제’를 먼저 파악해야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야마무로 교수는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의식세계를 설명하면서 고대 일본의 가상 인물인 진구(神功) 황후의 삼한 정벌 신화를 예로 들었다.

”진구 황후가 신라와 삼한을 정벌했다는 내용인데 전혀 사실이 아니고 신화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진구 황후의 삼한 정벌 신화는 일본이 근대화하는 시기 되살아나 일본의 조선 병합과 식민지 지배에 영향을 줍니다.”

그는 “진구 황후가 신라에 보물이 많았기 때문에 신라를 정벌하지만 정벌한 뒤에는 신라인을 말지기로 삼았다는 내용이 신화에 나온다”면서 이는 ‘동경’(보물)과 ‘경멸’(말지기)이라는 상반된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라를 보물로 가득 찬 나라로 ‘동경’하면서 두려움의 감정을 완화하기 위해 신라인을 말지기로 삼았다는 허구를 덧입혔다는 것이다.

야마무로 교수는 또 탈아론(脫亞論)을 주장한 일본 문명개화론의 선구자인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도 한국과 중국을 한 단계 아래로 본 것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이 대국(大國)이 되는 것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공포감이 역으로 (한국과 중국에 대한) 멸시와 차별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동경하면서도 차별하고 멸시하는 양 극단의 감정이 함께 생겨났는데 이러한 현상이 지금 일본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금 중국이 대국화(大國化)되고 있고, 삼성 등 한국의 기업들이 일본의 기업들을 앞서는 성과를 내는 것에 대한 반발로 중국과 한국에 대한 멸시감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요즘 반한(反韓), 반중(反中) 책은 잘 팔리는 반면 한국과 중국을 이해하자는 책은 잘 팔리지 않습니다. 한국과 중국에서도 독도와 센카쿠 문제로 반일(反日)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도 등을 둘러싼 법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이런 마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야마무로 교수는 “근현대의 중일, 한일관계를 둘러싼 역사인식의 괴리는 중일 국교 회복으로부터 40년, 한일국교 수립으로부터 47년이 지난 현재, 한층 깊어졌으며 국민감정도 더 나빠졌다”면서 “역사인식과 국민감정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이 개설한 독도체험관을 보고 왔다는 그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독도 관련 자료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양쪽의 자료를 다 보여주고 판단은 보는 사람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언론이 국민감정을 선동하지 말고 냉정하고 성숙하게 여러 입장을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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