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시아에서 마키아벨리의 의미는

21세기 아시아에서 마키아벨리의 의미는

입력 2014-03-14 00:00
업데이트 2014-03-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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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군주의 교사’로만 흔히 인식되는 르네상스 시대 정치철학자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를 21세기 동아시아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아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이 동아시아에서 갖는 의미를 조명하는 국제 심포지엄 ‘동아시아 맥락에서의 마키아벨리’가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숭실대 가치와 윤리연구소·민주당 최재천 의원 공동 주최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곽준혁 숭실대 교수를 비롯한 국내외 학자 10명이 참석해 동아시아에서 마키아벨리 사상의 어떤 측면이 왜곡 또는 간과됐는지, 힘의 대결이 가속하는 동북아시아 상황에서 마키아벨리의 사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최장집 교수는 ‘마키아벨리와 한국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현실주의는 현실과 괴리됐거나 엷게 연결된 진보진영의 급진주의에 대한 해독제가 될 수 있고, 반공주의를 비롯한 이데올로기적 담론의 지배를 통해 여론을 장악하려는 보수의 단견을 극복할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갈등’의 적절한 조직화를 통해 시민적 자유와 정치체계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마키아벨리의 관점에 주목하면서 “갈등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견해를 통해 민주주의에서 갈등이 갖는 긍정적 측면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지안 마리오 안셀미 볼로냐대 교수는 “인간 본성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연구, 내재하는 권력과 힘에 관한 그의 통찰력에 어떤 보편성이 있는지 시민적 자유와 관련해 재검토돼야 한다”며 “독재적 권력 행사의 정당화가 아니라 법의 지배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적 현실주의의 정수로 그의 정치사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준혁 숭실대 교수는 “마키아벨리의 애국심이 국내적으로는 시민적 자유 보장을 강조했지만 대외적으로는 힘의 경쟁을 불러오는 제국주의적 팽창을 허용한다는 점이 등한시되고 있다”며 민족주의와 힘의 충돌이 우려되는 동북아지역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마키아벨리 사상에 신중히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곽 교수는 마키아벨리가 군주에게 힘을 강조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힘을 통해 비(非)지배, 즉 시민적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고 한 점에 주목하면서 “팽창주의적 애국심을 평화공존의 애국심으로 전환하는 대안으로서 비지배의 원칙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전문가인 류웨이 중국 런민(人民)대 철학과 교수는 “군주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충고가 독재자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충고와 일치점이 많다는 점에서 마키아벨리의 리더십은 ‘덕치’를 중시한 전통 유교적 가치와 조화될 여지가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내용은 영국 출판사 루트리지가 간행하는 ‘동아시아 맥락에서의 정치이론’ 시리즈로 향후 출간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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