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화생방요? 뛰는 것보다 나아요”

라미란 “화생방요? 뛰는 것보다 나아요”

입력 2014-09-21 00:00
업데이트 2014-09-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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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진짜사나이-여군특집’으로 인기…”3박4일이 4년 같아”

“군대에서 보낸 시간이 3박4일인데, 4년 같았습니다.”

하루가 1년 같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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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라미란
배우 라미란 MBC TV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에서 활약중인 배우 라미란.연합뉴스
아줌마가 군대에 갔다. 출산하고도 여전히 날씬한 ‘미씨족’이 아니라 불어난 살들과 바닥을 치는 체력 때문에 숨이 차는 일이라면 질색인 아줌마.

그런데 아줌마라고 무시하지 마라. 결정적인 순간에는 멧돼지도 맨주먹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게 아줌마의 힘이다. 그건 엄마의 힘이기도 하고, ‘큰언니’의 힘이기도 하다.

MBC TV ‘진짜사나이-여군특집’에서 배우 라미란(39)이 바로 그런 아줌마의 힘을 보여줬다.

11세 아들을 둔 우리 나이로 40대, 작은 움직임에도 관절이 욱신거리지만 ‘생존본능’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근성 있는 아줌마 라미란의 모습에 출연진도, 시청자도 ‘군대체질’이라는 칭찬(?)을 했다.

시청자에게 별미를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기획했다가 대박이 나도 너무 크게 나는 바람에 MBC도 깜짝 놀란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이 21일 막을 내린다.

종영을 앞두고 그를 광화문에서 만났다.

”집에 돌아와서는 2주 동안 누워 있었어요. 처음 3~4일은 정말 손가락도 꼼짝 못했고요. 온몸이 멍투성이에 체력이 완전히 방전됐으니까요. 거기 있는 3박4일간 거의 잠을 못 잤어요. 너무 힘들어서 바로 곯아떨어질 것 같지만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하루 1~2시간씩밖에 못 잤어요. 화장실에서 큰일도 못 봤고요.”

시청자로서도 능히 짐작이 되는 ‘후일담’이다. 그야말로 ‘난데없는 군대 훈련’에 던져져 ‘봉변’을 당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어휴, 처음에는 그럴 줄 전혀 몰랐죠. 평소 ‘진짜사나이’를 잘 보지도 않고 있었고, 제작진에게 몇 번을 물어도 ‘그냥 오시면 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해서 다른 예능처럼 하면 되겠지 싶었어요. 심지어는 나만의 캐릭터도 잡아야 하나 고민을 했으니까요.(웃음) 그러니 현장에 가면서 사이다와 삶은 계란을 싸오지 않았다는 한가한 소리를 했죠.”

라미란은 방송에서 보이는 것이 모두 ‘사실’이라고 했다. ‘짜고 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봐주거나 쉬게 하면 그렇게 리얼한 표정이 절대로 나올 수 없습니다. 제작진도 그걸 잘 아는 거죠. 저는 그래도 다들 한자리에 모아놓고 ‘자 이제 시작합니다’라는 오프닝이라도 있을 줄 알았어요. 웬걸, 그냥 저희를 현장에 던져놓고 가더군요. 그래도 설마 촬영하다 ‘컷!’을 외치며 쉬어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혀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캐릭터고 나발이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자고 결심했죠.(웃음)”

라미란은 시종 자신의 체력과 관절을 염려했지만 사실 훈련은 가장 잘 받았다. 뭐든 시키는 대로 했고, 바로 익혀서 소화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다.

”제가 순발력이 있어요. 눈썰미도 좀 있고요. 뭐든 빨리 배우는 편이에요. 각개전투나 화생방 모두 교관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더라고요. 그랬더니 애들이 저보고 ‘알고 보면 북파공작원’이라고 하더군요.(웃음) 저도 훈련받으면서 몸은 힘들지만 ‘내가 군대 체질이야’라고 3번 정도 생각해본 것 같아요. 하하하.”

최지나, 맹승지, 혜리 등이 눈물, 콧물 쏟아내며 숨이 넘어가는 고통으로 몸부림치다 낙오한 화생방훈련에 대해 라미란은 “뛰는 것보다는 낫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내 “화생방 훈련이 괜찮아서, 견딜만해서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다. 정화통을 떼는 순간 그냥 눈물콧물이 쏟아진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얼차려를 안받을까, 다들 힘든데 나라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큰언니’의 속내를 꺼내보였다.

라미란은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의 인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군대 문제가 워낙 민감한 시기에 방송되는 것이라 걱정을 많이 했죠. 욕만 먹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래서 인기를 얻으니까 놀랍더라고요. 불미스러운 일은 어느 사회에서나, 어느 조직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대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빵빵 터져 민감한 때에 저희의 어수룩하고 웃긴 모습이 방송을 타면 안 된다고 지적하실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방송을 보면서 당시 힘들었던 게 생각나서 매번 울어요.”

라미란은 올초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와 tvN ‘택시’에서 뽐낸 이른바 ‘19금(禁) 입담’으로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예능계를 후끈 달궜다. 이번 ‘진짜사나이’에 발탁된 것도 그 덕분이다. 앞선 토크쇼에서는 심야에 걸쭉한 입담으로 주목받았다면, ‘진짜사나이’로는 주말 온 가족이 보는 인기예능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승승장구’다.

하지만 그는 “나는 배우인데, 예능으로 주목받은 것 같아 좀 조심스럽다”며 “배우로서도 이렇게 주목받아야할 텐데…”라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출신이다.

”탄광촌이에요. 문화적 혜택을 받고 자라지 못했죠. 고3때 서울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연영과를 지망했어요. 운 좋게 바로 붙었는데 졸업하고는 일이 많이 없었죠. 돈을 못 벌어 너무 가난했지만 이것밖에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제가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인데 배우는 항상 새로운 역할을 하니까 저한테는 최고의 직업이에요. 어떻게든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연극·뮤지컬 무대에만 서다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출연하면서 영화에 진출한 그는 TV드라마에서 얼굴이 알려지면서 2011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게 됐다.

’짝패’ ‘패션왕’ ‘더킹 투 하츠’ ‘마녀의 연애’ ‘막돼먹은 영애씨’ 등의 드라마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연극판에서 쌓은 내공을 과시했고, 영화에서도 덩달아 주가를 날렸다. 그는 현재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빅매치’ ‘워킹걸’ ‘국제시장’ 등 네 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고, 네 편의 영화 출연을 고심하고 있다.

”작품이 많은 것 같지만 다 비중은 적어요.(웃음) 그래도 지금 너무 좋아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정도만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싶어요.”

라미란은 현재 KBS 2TV 수목극 ‘아이언맨’에도 출연하고 있다. 무정한 사기꾼 박에리사 역이다.

”비밀의 열쇠를 쥔 역이래요. 근데 저도 제가 무슨 열쇠를 손에 쥐고 있는지는 아직 몰라요.(웃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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