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 “암 앓고 있지만 방사선·항암 치료 받지 않는다”

이어령 교수 “암 앓고 있지만 방사선·항암 치료 받지 않는다”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19-01-07 16:16
수정 2019-01-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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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싸우는 대신 친구로 지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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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돼지’ 운운하는 것을 삿된 믿음이라 일갈할 것 같았던 이어령 전 장관은 뜻밖에 우리 역사와 문화유전자에 깃든 돼지의 진면목에 대해 무려 2시간에 걸쳐 종횡무진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사람의 선입견과 달리 돼지는 청결과 절제, 소통을 알고 적응력도 강한 동물”이라며 “단순한 속신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황금 돼지’의 에너지와 창조력을 본받아 저마다의 분야에서 향기로운 버섯을 따는 지혜를 발현하라”고 조언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황금 돼지’ 운운하는 것을 삿된 믿음이라 일갈할 것 같았던 이어령 전 장관은 뜻밖에 우리 역사와 문화유전자에 깃든 돼지의 진면목에 대해 무려 2시간에 걸쳐 종횡무진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사람의 선입견과 달리 돼지는 청결과 절제, 소통을 알고 적응력도 강한 동물”이라며 “단순한 속신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황금 돼지’의 에너지와 창조력을 본받아 저마다의 분야에서 향기로운 버섯을 따는 지혜를 발현하라”고 조언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어령(87)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암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령 교수는 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내가 병을 가진 걸 정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의사가 내게 ‘암입니다’라고 했을 때 ‘철렁’하는 느낌은 있었다”며 “방사선 치료도, 항암 치료도 받지 않는다. 석 달 혹은 여섯 달마다 병원에 가서 건강 체크만 할 뿐이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1934년생으로 알려진 이 교수는 자신의 나이에 대해 “실제 한국 나이는 올해 87세다. 호적에 이름이 뒤늦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투병(鬪病)’이란 용어를 대신 ‘친병(親病)’이라고 부른다며 “의사가 ‘당신 암이야’ 이랬을 때 나는 받아들였다. 육체도 나의 일부니까. 암과 싸우는 대신 병을 관찰하며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적상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이 교수는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에 들어가 1956년 졸업했다. 이후 1960년 같은 대학 대학원 문학석사, 1987년에는 단국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는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했고, 같은 해 잡지 ‘문학예술’에 ‘현대시의 환위와 한계’와 ‘비유법논고(攷)’가 추천돼 정식으로 등단했다. 등단 뒤 ‘화전민 지역’, ‘신화 없는 민족’, ‘카타르시스 문학론’ 등의 평론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저항의 문학’을 기치로 한 전후 세대의 이론적 기수로 등장한 그는 당대의 비평가 ‘꽃’으로 유명한 시인 김춘수 등과 함께 현대평론가협회 동인으로 활약했다. 경기고 교사, 단국대 전임강사, 이화여대 교수, ‘문학사상’ 주간 등을 역임했다.

1990년에는 문화부의 초대 장관을 맡아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인은 문학평론가인 강인숙 전 건국대 교수다. 서울 종로구에 이어령의 ‘령’과 강인숙의 ‘인’을 딴 영인문학관을 운영 중이다. 강 전 교수는 관장을 맡고 있다.

대표적 무신론자였던 이 교수는 딸인 고(故) 이민아 목사의 ‘기적’을 계기로 2007년 기독교를 믿게 됐다. 당시 갑상선암이 재발하고 망막박리로 실명까지 했던 딸은 “남은 평생을 당신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이 교수의 기도 후 놀랍게도 7개월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그는 이 같은 경험을 2010년 펴낸 저서 ‘지성에서 영성으로’에 자세히 소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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