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보 인용…“재감정 평가 시급하다”
1000억 고집 배씨 “소유권 진상 밝혀달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익기(56·고서적 수입판매상)씨가 소유한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상주에서 발견돼 붙여진 이름)이 전체 33장 가운데 13장밖에 남지 않았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31일 밝혔다.
안 의원은 만약 사실이라면 상주본의 문화재적 가치가 크게 훼손돼 실제 가치가 1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이에 대해 배씨는 상주본의 정확한 장수를 밝히기 거부하면서도 “13장보다는 많을 것”이라고 애매하게 말했다.
상주본의 감정가 1조원의 10분의 1인 1000억원을 주지 않으면 국가에 내놓지 않겠다고 고집했던 배씨는 미묘한 입장변화도 보였다.
진상조사를 통해 자신이 상주본을 훔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풀어준다면 상주본의 재감정평가에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배씨와 안 의원이 출연해 훈민정음 상주본의 국가 귀속 조건에 대해 논의했다.
배씨는 지난 2008년 조선 세종때 쓰여진 훈민정음 해례본을 언론에 공개했다가 소유권을 둘러싼 송사가 벌어지자 모처에 상주본을 숨긴 채 소장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배씨는 상주본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2015년 3월 화재로 불에 그슬리는 등 훼손 상태가 심각했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상주본의 법적 소유자인 문화재청이 서적 회수를 강제집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상주본의 소장처를 모르는 상황에서 강제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배씨가 자진 반납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안 의원은 상주본의 보관 상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초기부터 직접 상주본을 보고 연구한 전문가의 제보를 받았다”며 “배씨는 전체 33엽(장)의 해례본 가운데 29장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이 제보자는 13엽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2011년 문화재청이 상주본을 감정하면서 1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으나 화재로 크게 훼손되고 실제 13장밖에 남지 않았다면 평가 가치가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는 게 안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13엽뿐이라면 10억원 정도밖에 가치가 안 될 수 있다”며 “배씨가 추천하는 전문가, 문화재청과 국회가 각각 추천한 전문가를 포함한 객관적인 감정평가 위원회를 구성해 상주본을 재감정하자”고 제안했다.
배씨는 즉답을 피하면서 “모든 것이 순리적으로 풀리고 원칙적인 일이 해결되면 자동으로 될 것”이라고 둘러 말했다.
안 의원은 “정부가 상주에 국립박물관 분점을 세워 배씨에게 명예 관장 기회를 주고 한글 세계화를 위한 한글세계문화재단을 만들어 적절한 수준의 예우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배씨는 좀처럼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1000억원의 보상액을 고집하던 입장에는 다소 변화가 감지됐다.
10년간 훈민정음 소유권을 둘러싼 송사에 시달리면서 실추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즉 자신이 상주본을 훔치지 않았고 개인의 욕심을 위해 이 일에 매달린 게 아니라는 것을 국가가 나서서 입증해달라는 것이다.
배씨는 2008년 집을 수리하던 중 국보 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미술관본)과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며 공개했다.
그러나 상주지역에서 골동품을 판매하는 조모씨가 “배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훔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논쟁이 벌어졌다.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1년 5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최종 판결했다.
조씨는 이듬해인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숨졌다. 소유권이 국가에 있는 상태다.
안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 소유의 문화재를 불법 은닉하고 훼손할 경우 강력 처벌할 수 있도록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할 것”이라면서 “한글날 전에 상주본이 국가로 반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1000억 고집 배씨 “소유권 진상 밝혀달라”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 씨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안민석 위원장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8.10.29
연합뉴스
연합뉴스
안 의원은 만약 사실이라면 상주본의 문화재적 가치가 크게 훼손돼 실제 가치가 1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이에 대해 배씨는 상주본의 정확한 장수를 밝히기 거부하면서도 “13장보다는 많을 것”이라고 애매하게 말했다.
상주본의 감정가 1조원의 10분의 1인 1000억원을 주지 않으면 국가에 내놓지 않겠다고 고집했던 배씨는 미묘한 입장변화도 보였다.
진상조사를 통해 자신이 상주본을 훔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풀어준다면 상주본의 재감정평가에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불에 그슬린 훈민정음 해례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무소속 배익기 후보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공개했다. 2008년 이후 모습을 감췄던 훈민정음 상주본은 2015년 3월 배 후보의 집에서 불이 났을 당시 일부 탔다. 2017.4.10
배익기씨 제공 연합뉴스
배익기씨 제공 연합뉴스
배씨는 지난 2008년 조선 세종때 쓰여진 훈민정음 해례본을 언론에 공개했다가 소유권을 둘러싼 송사가 벌어지자 모처에 상주본을 숨긴 채 소장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배씨는 상주본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2015년 3월 화재로 불에 그슬리는 등 훼손 상태가 심각했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상주본의 법적 소유자인 문화재청이 서적 회수를 강제집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상주본의 소장처를 모르는 상황에서 강제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배씨가 자진 반납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안 의원은 상주본의 보관 상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초기부터 직접 상주본을 보고 연구한 전문가의 제보를 받았다”며 “배씨는 전체 33엽(장)의 해례본 가운데 29장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이 제보자는 13엽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왼쪽 사진이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돼 잠시 세상 빛을 봤다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이다. 오른쪽은 이 해례본과 동일 목판본으로 서울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국보 70호 해례본(간송본)의 복사본이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제공
그는 “13엽뿐이라면 10억원 정도밖에 가치가 안 될 수 있다”며 “배씨가 추천하는 전문가, 문화재청과 국회가 각각 추천한 전문가를 포함한 객관적인 감정평가 위원회를 구성해 상주본을 재감정하자”고 제안했다.
배씨는 즉답을 피하면서 “모든 것이 순리적으로 풀리고 원칙적인 일이 해결되면 자동으로 될 것”이라고 둘러 말했다.
안 의원은 “정부가 상주에 국립박물관 분점을 세워 배씨에게 명예 관장 기회를 주고 한글 세계화를 위한 한글세계문화재단을 만들어 적절한 수준의 예우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배씨는 좀처럼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1000억원의 보상액을 고집하던 입장에는 다소 변화가 감지됐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CG) [연합뉴스 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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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씨는 2008년 집을 수리하던 중 국보 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미술관본)과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며 공개했다.
그러나 상주지역에서 골동품을 판매하는 조모씨가 “배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훔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논쟁이 벌어졌다.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1년 5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최종 판결했다.
조씨는 이듬해인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숨졌다. 소유권이 국가에 있는 상태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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