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기 작가의 한라산붉은겨우살이 작품. 정상기 작가 제공
오는 4월 28일까지 그랜드하얏트 제주드림타워 갤러리 1층에서 ‘시련을 넘어 희망으로’란 주제로 특별초대전을 열고 있는 정상기(55) 사진작가가 지난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수묵화인 듯, 사진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한라산 붉은 겨우살이를 11년째 찍고 있다. 작품을 알아보는 이들이 늘면서 실제 수묵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오히려 그의 작품을 더 선호한다.
한라산 ‘붉은’ 겨우살이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오로지 한라산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에 분포되어 자생하고 있는 겨우살이 열매는 보통 노란색, 초록색, 흰색 열매이지만 붉은 겨우살이는 한라산에만 있다. 그것도 한라산 1100고지에서 1400고지 깊은 산 속에서 자신을 숨기고 있다.
지난 2일 그랜드하얏트제주드림타워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정상기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그는 “때론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놀라 주변을 보면 멧돼지 녀석도 내 셔터소리에 놀라고 도망치고 나역시 도망치기 바쁠 때가 있다”면서 “그래서 어느 대장간에서 구한 멧돼지를 위협하는 도구를 늘 갖고 다닌다”고 덧붙였다.
화창한 날에는 만날 수 없고 겨울날 벌거벗은 나무에서 비로소 최고의 순간과 맞닥뜨릴 수 있는 붉은 겨우살이. 그의 작품은 그래서 바탕이 하얗거나 회색톤이다. 때론 먹으로 힘차게 그려낸 듯한 그의 작품 속 흑백의 참나무는 조선시대의 진경산수화나 중국 남송시대의 수묵화와 조우하는 듯 하다. 흑백의 단순미, 화려함의 상위에는 단순함이 있듯, 산전수전 다 겪은 노화백의 작품처럼 여백으로 가득차 있다.
참나무 살 속에 뿌리가 들어가 영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겨우살이는 유럽의 신화에 자주 등장한다. 로마 시인인 베르길리우스의 장편 서시시 ‘아이네이스’에 등장하는 황금가지는 겨우살이의 가지며,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눈물은 겨우살이의 열매로 평화와 사랑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열매 앞에서 사랑하는 연인이 사진을 찍으면 사랑이 맺어진다는 전설이 내려오기도 한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에 나오는 그 마법 지팡이도 겨우살이란다.
한라산붉은겨우살이의 모습. 정상기 작가 제공
정 작가는 “한라산 붉은 겨우살이는 제주도 원주민들의 삶을 닮아있다”면서 “척박한 환경에서 어렵게 삶을 일구며 살아가는 그들처럼 붉은 열매를 맺는 모습이 찬란하진 않지만, 진한 여운과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건물 벽에 달라붙어 있는 잎을 다 떨어뜨린 담쟁이 모습. 정상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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