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1년 된 악단의 ‘브람스’…청중을 獨궁정으로 소환

471년 된 악단의 ‘브람스’…청중을 獨궁정으로 소환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9-09-30 17:32
수정 2019-10-01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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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정명훈·김선욱,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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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휘봉을 쥔 마에스트로의 손이 멈추자 연주의 끝을 향해 내달리던 86명의 궁정악사들도 한 몸처럼 연주를 멈췄다. 그들이 손과 입으로 빚어낸 악기 소리만이 콘서트홀 내부를 감싸고 돌 뿐이었다. 악기의 잔향마저 멀리 사라지자 2505석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브라보’를 연호하며 갈채했다. 471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오케스트라단의 연주는 2019년 가을, 서울의 관객을 중세시대 유럽의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으로 소환하는 마법을 부렸다.

지난 27일과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에서 각각 열린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 공연은 클래식 본고장에서 온 세계 최고 악단의 깊이와 품격을 확인할 수 있는, ‘귀가 호강한’ 자리였다. 2012년부터 수석 객원 지휘자로 호흡을 맞춰 온 정명훈(66)은 서울에서 이들을 다시 만나 악단이 가진 기량의 최대치를 뽑아냈다.

1548년 독일 작센 지역 궁정악단으로 창단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두 차례 세계대전에도 해체되지 않고 명맥을 이어 온 명실상부 세계 최고(最古·最高) 악단이다. 이들보다 먼저 창단된 악단도 있지만, 모두 매우 적은 연주자의 모임에 불과해 서양음악계에서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가장 오래된 악단으로 본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두 번의 서울 연주회를 통해 독일 오케스트라단 특유의 깊고 웅장한 울림과 완벽한 조화의 선율을 선보였다. 악단이 브람스 교향곡을 메인 테마로 들고 방한한 만큼 피아노 협연에는 브람스 연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피아니스트 김선욱(31)이 함께했다. 27일 공연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29일 공연에서는 콩쿠르 우승 때 연주했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김선욱은 각 공연에서 관객의 뜨거운 반응이 계속되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과 브람스 6개의 피아노 소품 2번으로 화답했다.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브람스 교향곡 2번(27일)과 4번(29일)으로 깊어 가는 가을밤을 수놓았다. 무대 가장 왼쪽 끝에 배치한 8대의 콘트라베이스가 만들어 내는 깊은 소리의 파동이 특히 클래식 애호가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명훈과 세계 최고 궁정악사들은 두 번의 공연에서 5~6분간의 기립박수가 이어지자 현악기 선율이 강렬하게 몰아치는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9-10-0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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