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군사의례, 역병에 맞서다

조선의 군사의례, 역병에 맞서다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1-01-27 17:20
수정 2021-01-28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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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조선 왕실…’展

왕권 상징 ‘군사의례’ 다룬 첫 전시
실전 같은 훈련으로 군사권 과시
갑옷·투구 등 사열하듯 배치 눈길
獨 소장품 40여점도 처음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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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조선의 군사 신호체계는 각종 무늬가 그려진 지휘용 깃발을 활용한 시각적 신호인 형(形), 악기·화학무기 등을 이용한 청각적 신호인 명(名)으로 이뤄졌다. 총 27종의 관련 유물이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② 장수와 병사들이 착용했던 갑옷과 투구를 실제 전투 대열과 영상으로 재현해 몰입감을 높였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① 조선의 군사 신호체계는 각종 무늬가 그려진 지휘용 깃발을 활용한 시각적 신호인 형(形), 악기·화학무기 등을 이용한 청각적 신호인 명(名)으로 이뤄졌다. 총 27종의 관련 유물이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② 장수와 병사들이 착용했던 갑옷과 투구를 실제 전투 대열과 영상으로 재현해 몰입감을 높였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조선 4대 왕 세종은 문치(文治)의 표상이지만 군사력을 강화하고, 정비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병서 ‘진설’과 중국과의 역대 전쟁을 정리한 ‘역대병요’를 편찬했을 뿐 아니라 군사의례인 ‘군례’(軍禮)를 집대성했다. 국가를 통치하는 다섯 가지 의례(오례) 중 하나인 군례는 군통수권자로서 왕의 권위를 드높이는 중요한 수단으로, 시대에 따라 의례 종류와 내용이 변화하며 대한제국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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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조선의 군사 신호체계는 각종 무늬가 그려진 지휘용 깃발을 활용한 시각적 신호인 형(形), 악기·화학무기 등을 이용한 청각적 신호인 명(名)으로 이뤄졌다. 총 27종의 관련 유물이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② 장수와 병사들이 착용했던 갑옷과 투구를 실제 전투 대열과 영상으로 재현해 몰입감을 높였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① 조선의 군사 신호체계는 각종 무늬가 그려진 지휘용 깃발을 활용한 시각적 신호인 형(形), 악기·화학무기 등을 이용한 청각적 신호인 명(名)으로 이뤄졌다. 총 27종의 관련 유물이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② 장수와 병사들이 착용했던 갑옷과 투구를 실제 전투 대열과 영상으로 재현해 몰입감을 높였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조선 왕실 군사력의 상징, 군사의례’는 ‘문약(文弱)한 나라’라는 선입견과 달리 조선이 무치(武治)에도 힘쓴 국가였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조선 왕들의 군사적 노력과 아울러 왕실의 군사의례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전시로는 처음이다. 이를 위해 갑옷과 투구, 무기, 군사 깃발 등 176점의 다양한 유물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과 함부르크 로텐바움박물관 소장품인 갑옷과 투구 40여점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다.

조선의 군례는 강무의, 구일식의, 계동대나의, 대사의, 선로포의·헌괵의, 대열의 등 6가지 형태가 대표적이다. 전시는 각 군례의 의미와 내용을 의례에 사용된 유물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가장 눈길을 크는 의례는 전시장 한가운데 배치된 대열의(大閱儀)다. 왕이 직접 지휘하는 군사훈련인 대열의는 최대 규모와 최고 권위의 군례로, 국왕의 군사권 과시가 주된 목적이었다. 좌우로 진영을 나눠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 훈련을 펼쳤다.

대열의를 행할 때 장수와 병사들이 입었던 갑옷과 투구, 무기 등을 양쪽으로 배치해 관람객이 마치 왕의 시선으로 군사를 사열하는 듯한 생생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이 흥미롭다. 붉은 융에 철과 동으로 만든 갑찰을 달고, 용과 봉황 등 각종 무늬로 화려하게 장식한 갑옷과 투구는 웅장함을 더한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지휘 신호용 깃발과 악기, 화약무기 등도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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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이 소장한 갑옷과 투구, 갑주함 등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이 소장한 갑옷과 투구, 갑주함 등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사냥하며 훈련하는 강무의(講武儀), 왕과 신하가 활쏘기로 화합하는 대사의(大射儀), 전쟁의 승리 과정을 적은 노포와 적의 잘린 머리를 내걸어 승리를 알리는 선로포의(宣露布儀)와 헌괵의(獻儀) 등은 모두 전쟁과 연관 있는 군례다. 반면 일식 때 행한 구일식의(救日食儀)와 역병을 쫓아내기 위한 계동대나의(季冬大儺儀)는 군사력으로 국가적 재난 상황을 안정시키려 했던 상징적 군례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전시 전반부에선 역대 왕들이 군사력 강화를 위해 펼친 정책을 소개한다. 조선 전기에는 북방 여진족과 남방 왜구를 견제하는 다양한 전법과 무기가 연구됐고, 16세기 말~17세기 초 두 번의 왜란과 호란을 겪은 이후에는 조총 등 신무기를 도입하고 군제를 새롭게 개편했다. 이런 변화상을 병서와 회화작품, 진법에 관한 영상 자료 등을 통해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전시는 3월 1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1-01-2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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