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입력 2012-01-03 00:00
수정 201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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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관록과 소설에 대한 이해력 빛나

기본기에 충실한 작품을 선택했다.

소설이 잘 안 읽힌다고들 한다. 비주얼 시대라고 해서 문자 매체를 경원시들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시대에 작가도 많고 작품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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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윤대녕(소설가·왼쪽),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심사위원 윤대녕(소설가·왼쪽),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좀 더 반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이 많은 작가와 작품들 가운데 과연 시간의 흐름을 견뎌 오래 남을 수 있는 작가, 작품이 얼마나 될까. 많이들 쓰고 있지만 좋은 작품, 문제적인 작품, 놀랄 만한 작품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이 열 편 남짓했다. 본심 심사위원들이 다소 놀란 것은 이 작품들 가운데 기본기에 충실한 작품이 드물었다는 점이다. 주제가 좋은가 하면 문장이 부족하고, 문장이 잘되어 있다 싶으면 아직 생각이 깊게 스며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소설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쓰나 하는 문제부터 서투른 작품이 많았다.

요행히 그래도 좋은 작품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김가경(김숙희)씨의 ‘홍루’와 노은영씨의 ‘추방’이 그것. 이 두 작품은 가히 당선을 논의할 만했다. ‘홍루’는 텍사스촌 이야기를 다룬 소재부터 아주 ‘소설적’이지만 구성이나 문장이 잘 단련되어 있다. ‘추방’은 구성이나 문체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으나 현대의 물질주의적 세태를 갈파한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

심사위원들이 여러 논의 끝에 ‘홍루’를 선택한 것은 이 작품에 배어 있는 작가의 관록이 만만찮게 보였기 때문이다. 소설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그럼으로써 준비되어 있는 사람을 선택한 셈이다. 당선작의 주인에게 축하를 보내며 앞으로 더 정진해 주리라 기대한다.

예심에서 올라온 작품 가운데, 한민희씨의 ‘지구가 아니야’, 황보정미씨의 ‘틈’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서운하다. 특히 ‘지구가 아니야’는 감각적인 문체나 상상력이 인상적이다. 반드시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2012-01-03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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