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끝나자마자 박수? 딱 걸렸네요 ‘클·알·못’

연주 끝나자마자 박수? 딱 걸렸네요 ‘클·알·못’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9-07-30 20:26
수정 2019-07-3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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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크리에이터 3인방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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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의 한 카페에서 트럼페터 나웅준(가운데)이 지휘하는 포즈를 취하자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왼쪽)과 지휘자 안두현이 활짝 웃고 있다. ‘클래식 크리에이터 3인방’으로 꼽히는 이들은 “클래식을 공부하려 하지 말고, 그냥 느끼고 즐겨 보라”고 입을 모았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난 26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의 한 카페에서 트럼페터 나웅준(가운데)이 지휘하는 포즈를 취하자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왼쪽)과 지휘자 안두현이 활짝 웃고 있다. ‘클래식 크리에이터 3인방’으로 꼽히는 이들은 “클래식을 공부하려 하지 말고, 그냥 느끼고 즐겨 보라”고 입을 모았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클래식은 유난히 편견이 많은 문화 영역이다. ‘지루하고 어렵다’ 혹은 ‘일부 계층의 고급 문화’, 심지어 ‘허세와 허영의 문화’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몇 년간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조성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 스타 연주자의 등장으로 클래식 공연 관객은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클래식은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고 어려워 소수층 문화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런 편견을 깨고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유튜브·페이스북·팟캐스트로 뛰어든 ‘클래식 크리에이터 3인방’을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26일 만났다.

-짤막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나웅준(나) “트럼펫을 연주하고 클래식 콘서트 가이드 그리고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2019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퇴근길 클래식 수업’을 쓴 나웅준입니다. 하하하~ 팟캐스트 ‘지루한 클래식’과 ‘클래식 사용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수민(이) “그림 그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유튜브 채널 ‘클언니’를 운영하고 있는 이수민입니다.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즐기고픈 사람들의 모임의 리더도 맡고 있습니다.”

안두현(안) “본업은 교향악단 지휘자이고요, 페이스북 ‘클래식에 미치다’ 페이지를 운영하고 클래식 라디오 방송을 2년 정도 진행한 안두현입니다.”

-어떻게, 왜 온오프 방송을 시작했는지요.

“기존 방송이나 매체에서는 할 수 없는 얘기들을 하고 싶었어요. 클래식계의 문제점도 얘기하고 싶었고…. 연주자도 잘 모르는 곡은 지루하고 어려운 게 사실인데, 그걸 어떻게든 쉽고 재미있는 것으로 포장하려는 분위기더라고요. 그래서 반대로 ‘지루한 클래식’을 새롭게 풀어 보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저를 홍보할 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아직 얼마 안 됐지만 2030 여성층에서 주로 보시더라고요. 3분 내외 짧은 영상에 제 일상을 담아서,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을 쉽게 전달하고 있죠.”

“페이스북은 같이 오케스트라 했던 친구들과 음악 정보 공유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구독자가 확 늘더라고요. 그래서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될까를 생각하면서 키워 왔습니다.”

-사실 클래식이 어려운 건, 다소 경직된 공연 에티켓 때문 아닌가요.

“그렇죠. 청중의 태도가 연주회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사실 필요한 부분이에요. 연주하면서 객석이 다 보이거든요. 휴대전화를 본다거나 산만한 행동을 한다거나 하면 연주에 집중하기 어려워요. 복장은, 너무 캐주얼하지 않은 정도만 갖춰도 돼요.”

“연주회장에 가면 ‘안다 박수’와 ‘눈치 박수’가 있어요. 보통 긴 교향곡이 끝나는 지점을 아는 사람들이 자신 있게 박수를 치면, 다른 관객들이 따라서 박수를 치거든요. 그런데 너무 확신에 차서 연주가 끝나자마자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를 치는 것도 좋지는 않아요. 연주가 끝나도 몇 초간의 침묵은 연주의 연장선이거든요. 지휘자와 연주자가 인사할 때 박수 치는 게 가장 좋습니다.”

-클래식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요.

“클래식은 단순히 쉽다, 어렵다 단정 지을 게 아닌 그냥 음악인거죠. 대중가요에 익순한 사람들도 인디밴드 음악을 처음 들으면 거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몇백년 전 유럽에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음악인데, 시대가 변해도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안 변하잖아요. 그냥 다양한 음악 중 하나로 느끼시면 좋겠어요.”

“일부러 들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어요. 클래식은 영화나 광고를 통해 알게 모르게 많이 퍼져 있거든요. 쉽고 귀에 익숙한 음악부터 듣다 보면 더 이해하게 되고 더 깊게 들게 될 겁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9-07-3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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