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KBS교향악단 협연으로 첫 지휘 무대
베토벤 작품들로 자신감과 섬세함 돋보여
전날 리사이틀 이어 19일 정경화 듀오 공연도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지휘자로 첫 데뷔 무대를 가진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KBS교향악단과 인사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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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지휘 데뷔 무대를 가졌다. 10대부터 꿈꿨고 영국 왕립음악원 석사과정에서도 지휘를 공부하며 많은 준비를 했다는 건 알았지만, 그의 첫발을 지켜보는 건 설레면서도 어쩐지 마음 졸이는 일이었다.
33세 젊은 지휘자로 무대에 오른 김선욱은 프로그램부터 신중하게 다뤘다. 작곡된 시기로는 베토벤이 처음 선보인 피아노 협주곡이었던 피아노 협주곡 2번 B♭장조로 시작해 그의 음악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쓴 교향곡 7번 A장조로 무대를 꾸몄다. 기본과 정석부터 다지는 출발이다. 1부에선 베토벤 시대와 비슷한 구도로 무대 한가운데 피아노를 거꾸로 배치해 김선욱이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동시에 해냈고 2부에선 포디엄에 서서 지휘봉을 잡았다. 그동안 갈고닦은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동시에 보여 준 셈이다.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지휘 데뷔 무대를 가진 김선욱이 연주를 마친 뒤 객석에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김선욱은 머리카락이 흠뻑 젖을 만큼 땀을 쏟으며 그의 꿈을 향한 열정을 마음껏 쏟아냈다.
빈체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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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선욱은 그야말로 뜨겁게 움직였다. 가볍게 폴짝 뛰어오른 포디엄을 춤을 추듯 자유롭게 누볐다. 4개 악장을 웅장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서 뿜어낸 열정과 패기가 압도적이어서 세부적인 테크닉보다는 무대 전체의 기운을 새롭게 느끼기 충분했다.
긴 머리카락이 흠뻑 다 젖을 만큼 힘을 쏟은 그를, 경륜의 오케스트라가 신선하고 묵직하게 받아 주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벅찬 감정으로 물들였다. “이렇게 시작을 하네요”라던 그의 수줍은 웃음에 객석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김선욱은 1부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KBS교향악단과 협연하며 지위와 연주를 동시에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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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은 오는 19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또 한 번 듀오 무대를 갖고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선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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