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 이어 영화를 무대로 각색
“원작 의미 훼손하지 않고 무대 매력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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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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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남 작가. 뮤지컬 ‘호프’로 첫 작품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강 작가는 최근 ‘검은 사제들’에 이어 ‘포미니츠’로 색깔을 돋보이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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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포미니츠’(2006)를 뮤지컬로 재창작한 대본에선 무대를 이렇게 설명한다. 영화에서 스쳐 지나가는 어항에 의미를 담았고, 극 중 재소자들은 물고기로 표현했다. 다음달 7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포미니츠’ 무대는 이렇게 또 하나의 감옥이 된다.
재소자들에게 피아노 레슨을 하는 크뤼거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의 연대를 다룬 ‘포미니츠’는 양준모 예술감독, 박소영 연출, 맹성연 작곡가, 강남 작가의 손으로 무대를 꾸몄다.

정동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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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정동극장 제공
정동극장 제공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다른 장르로 재창작할 때는 분명 원작이 좋고 힘이 있다는 뜻”이라면서 “원작의 의미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애쓰지 않아도 현장감 넘치는 공연과 무대라는 공간을 한껏 활용하면 뮤지컬의 매력이 충분히 드러난다는 얘기다.
“영화나 드라마가 관객이 보고 듣는 장르라면 무대는 보여 주는 이상을 관객이 상상하는 장르죠. 의자 하나가 버스도, 집도 될 수 있어요. 무대 언어라는 건 결국 관객들을 얼마나 상상하게 만드느냐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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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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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강남 작가는 “’검은 사제들’은 워낙 좋아했던 영화라 대본 작업을 한 것이 성덕(성공한 덕후) 같은 작업이었다”며 즐거워했다. ‘포미니츠’도 제안을 받은 뒤 영화를 보며 꼭 직접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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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작가는 아무리 좋은 영화여도 “이 인물을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글이 써진다고 했다. 양준모 감독의 ‘포미니츠’ 대본 제의 전화를 받았을 즈음엔 다른 작품들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빠듯했지만 영화를 보자마자 “이건 꼭 내가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 작은 배역까지 일일이 역할과 캐릭터를 더 많이 부여해 보고, 작품이 주는 색깔과 질감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게 그의 작업 과정이다. ‘포미니츠’는 갈색으로 떠올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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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인 강남 작가는 “집에서 일을 할 수 있어 좋다”면서 “연습실에 나오면 태교를 할 수도 있다”며 작업이 즐겁다고 말했다. 출산을 앞두고 몇 작품을 미리 쓰고 있다고 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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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연극 연출을 공부한 강 작가는 연극 스태프로 오래 일했다. 직접 글을 써보기로 하고 뮤지컬 아카데미에 들어간 뒤 발표한 첫 작품이 ‘호프’다. 독특한 어법 때문인지 주변에선 “잘 안 될 작품”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는데, 오훈식 알앤디웍스 대표 등과 작업하며 무대를 완성한 첫 해 작품상과 대본상 등을 휩쓸었다.
강 작가는 “공연장 경험이 있다 보니 좀더 연극적이라고 해 주시는 것 같다”면서 “아직 부족하지만 나만의 색이 있다고 봐 주시니 감사한 일”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임신 7개월째인 강 작가는 “좋은 노래 듣고 멋진 배우들의 연기를 보니 태교가 절로 된다”고 웃으며 연습실로 향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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