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 ‘그냥’ 낸 음악감독 박칼린

에세이집 ‘그냥’ 낸 음악감독 박칼린

입력 2010-11-20 00:00
업데이트 2010-11-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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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거라면, 할 거라면 가장 뜨거운 한가운데 활활 타오르고 싶다

‘그냥’이다. 책 제목치고는 소박하다. 제목만으로 독자를 ‘낚는’ 책들이 지천인데, 이렇게 심드렁해서야 낙양의 지가를 높이기는 애당초 그른 일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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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
박칼린
그런데 저자를 알고 나면 그럴 법하다며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그라면 자신의 책을 말할 때 요란한 수식어를 되레 거추장스럽게 생각할 테니 말이다. KBS ‘남자의 자격’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이 에세이집 ‘그냥’(달 펴냄)을 냈다. 3년 동안 틈틈이 썼다는 책 속에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어린 시절과 뮤지컬 무대 뒷이야기, ‘남격’ 합창단과 함께 한 3개월의 추억 등을 풀어 놓았다.

방송에서 그의 별명은 ‘칼마에’다. 하지만 뮤지컬계에서는 ‘서쪽 연습실의 사악한 마녀’로 통한다. 워낙 모질게 배우들을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틀리는 걸 용납할 수 없다.’ ‘매번 탈진할 정도로 1000%의 에너지를 쏟길 원한다.’ 등이 그가 밝힌 ‘무대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15가지 목록’이다. “100번만 해 보고 난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는 말은 늘 입에 달고 산다. 그렇지만 기꺼이 ‘사악한 마녀’가 될지언정, 양보할 생각은 절대 없단다. 언제나 무대는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 냉혹한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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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부산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대체 그 많은 사람들을 언제 어떻게 다 만났을까. ‘그냥’이란 말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열정’이다. 그에게 ‘그냥’이란 ‘열정’과 이음동의어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책 말미에 나오는 문구들을 되새겨 보면 한층 또렷해진다.

“나는 무언가를 포기한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지 않다. 가장 뜨거운 곳에서 물러나는 사람과는 놀고 싶지도 않다./…/나는 기대한다. 나와 창작을 하는 이들은 물론,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가장 뜨거운 한가운데를 향하여 눈부신 열정을 안고 달려가는 것을 말이다./…/할 거라면, 살 거라면 가장 뜨거운 곳 그 한가운데에서 가장 뜨겁게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밋밋하게 죽으려 살 바에야 활활 타오르고 싶다.”

일가붙이를 제외하고, 그가 ‘그냥’ 만나게 된 사람은 없다. 자신만 그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활활 타오르는 그의 곁에 머물면서 데이지 않으려면, 상대방도 활활 타올라야 하지 않겠나.

‘앙큼하게도’ 책은 에세이를 표방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그렇다. 부러 예쁘게 나온 어릴 적 사진을 골라 넣고, 시치미 뚝 떼며 자신도 아리따운 처자라는 ‘사실’을 은근히 과시한다. 반세기만에 고향 땅 리투아니아를 밟게 된 어머니를 위해 밤새 십자가를 깎았다는 대목에서는 인간적인 그의 모습도 엿보인다.

한데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턱 막히곤 한다. 은연중 그 많은 사람과, 그 많은 일들과, 그 많은 일정들을 자신의 인생에 대입하게 되니 말이다. 그러니 세상 가장 뜨거운 곳에 선 자신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선뜻 ‘마녀의 서재’에서 책을 뽑아 ‘그냥’ 읽을 일이다. 1만 2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0-11-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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