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의 ‘삶과 죽음의 시’
지난 10년간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중 한 명이었으며 올해도 마찬가지였던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가 2007년 발표한 소설 ‘삶과 죽음의 시’(열린책들 펴냄)가 국내 출간됐다.주인공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저자’로 지칭되는 40대의 유명 소설가다. 그가 자신의 신작을 소개하는 문학의 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의 여덟 시간 동안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이다.
저자는 카페에서 지친 얼굴에 엉덩이가 비대칭인 웨이트리스, 갱단의 왕초와 심복처럼 보이는 50대 두 남자를 보고 그들의 인생을 상상한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을 관찰하며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혼란의 줄타기를 즐긴다.
문학의 밤 행사에서도 문학평론가의 분석이나 청중의 질문 대신 양 다리를 쩍 벌리고 앉은 육중한 체구의 여자, 여드름투성이의 풋내기 시인인 듯한 소년, 10여년 전 교외 노동자 주거지 낡은 학교의 이상주의적 교사였을 것 같은 땅딸막한 인물 등을 관찰하며 소설 속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 시작은 웨이트리스와 후보 골키퍼 간 첫사랑이나 과일 절임을 만드는 문화 애호가 여자와 풋내기 소년의 밀회 등과 같은 유쾌하고 은밀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소설 속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저자의 상상은 삶과 죽음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본다.
낭독회에서 늘 듣던 흔한 질문들에 이미 여러 번 써먹은 대답들을 늘어놓던 저자는 문학에 대해서도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그는 부끄러움과 혼란에 휩싸인다. 그는 그들 모두를 저 멀리 무대 끄트머리에서, 그들이 단지 자신의 책에 써먹으려고 존재하는 대상인 양 관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진사의 낡고 검은 보자기 속에 영원히 머리를 파묻은 채 만지거나 만져질 수 없는 아웃사이더라는 깊은 슬픔이 부끄러움과 함께 밀려온다.”
소설가나 기자는 어떤 상황과 현장에서도 주인공이 아니라 관찰자 또는 아웃사이더란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어떤 저자나 기자도 처음에는 독자였다. 글쓰기 자체에 대한 세계적 거장의 사색은 ‘이야기의 힘’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11-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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