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유산 둘러싼 미스터리

정조의 유산 둘러싼 미스터리

입력 2011-02-26 00:00
수정 2011-02-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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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수 두 번째 장편 ‘왕의 군대’

조선 역사에 정조라는 임금이 없었다면 수많은 사극과 역사 소설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조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소설가 유광수(43)의 두 번째 장편 ‘왕의 군대’(휴먼앤북스)는 갑신정변이 벌어진 18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정조의 유산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그린 역사 팩션(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이다.

정조는 후대를 위해 비밀리에 두 가지 유산을 남긴다. 나라와 왕권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엄청난 양의 금괴와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군대다. 밖으로는 청나라와 일본 등 외세에 휘둘리는 위태로운 운명에 처하고 안으로는 쇄국파와 개화파가 대립하며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이 조선을 뒤흔든다.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개화파는 민씨 일가와 이들을 등에 업고 백성의 피와 땀을 짜서 배를 불렸던 세력에 맞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고종의 신임을 받던 김옥균은 정조가 남겼다는 군대를 비밀리에 키우며 거사를 준비한다. 여기에 고관대작들을 연쇄살인하는 검은 복면의 흑표, 왕에 대한 충절과 약자에 대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조선 최고의 검술인 종사관 송치현 등 작가의 상상으로 창조한 인물들이 어우러진다.

이들이 저마다 대의와 명분을 내세우며 충돌하고, 마침내 삼일천하로 끝나고만 갑신정변을 둘러싼 긴박한 드라마가 시작된다.

특히 3일간 숨 가쁘게 전개되었던 갑신정변을 미국드라마 ‘24시’처럼 시시각각으로 쪼개 현장감을 극대화한 구성은 마치 격변의 역사 현장에 직접 들어가 ‘왕의 군대’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갑신정변의 진실을 파헤치는 당사자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국문학자이자 현재 연세대 조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2007년 ‘진시황 프로젝트’로 1억원 고료의 제1회 대한민국 뉴웨이브문학상을 받았다. ‘옥루몽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고전문학을 전공하면서 19세기 조선사회에 대중소설의 시대가 열리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그때 느낀 이야기의 재미를 21세기 한국문학에서 현대적으로 되살리고 싶어 소설 창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1-02-2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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