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데이비드 프리드먼 지음, 지식갤러리 펴냄
요즘 걷기가 대세다. 제주 올레길 등이 걷기 열풍과 맞물려 대단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건강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좋은 걷기를 권한다.되짚어 보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운동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조깅이었다.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고는 있으나 수가 많이 준 것도 사실이다. 거기엔 ‘아침 공기가 인체에 해롭다.’거나 ‘달리기가 무릎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충고가 한몫했다. 자, 달려야 좋을까, 걸어야 좋을까.
그뿐 아니다. 인체에 무해할 것으로 여겨지는 물조차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물을 많이 마셔야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권고와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되레 위액이 묽어져 소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경고가 부딪친다.
나이가 들수록 적당한 근육이 필요하다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관절 다치기 전에 근육 운동은 하지 말라고 하는 전문가도 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경험해 봤을 터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안종희 옮김, 지식갤러리 펴냄)를 통해 대중을 현혹시키는 전문가들의 거짓말을 파헤친다.
전문가의 의견이 혼란을 유발하는 분야는 건강 말고도 많다. 주식 전문가의 권고에 따라 투자를 했다가 ‘상투를 잡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교육이나 먹을거리 등에서도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전문가들이 치명적인 오류를 범해 본의로든 아니든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를 편견과 부패, 비합리적인 사고, 능력 부족, 감독의 부재 등에서 찾고 있다.
이른바 전문가들이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그때그때 하다 보니 오류투성이의 전문 지식이 재생산되는 경우도 있고 주변 변수를 모두 무시한 채 한 가지 사실에만 초점을 맞춘 분석이 사실을 왜곡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파 놓은 거짓말의 함정을 피할 방법은 뭘까. 저자는 “단순하고 확정적인 전문 지식, 단 한건의 연구에 근거를 두었거나 놀랍도록 획기적인 연구 결과는 경계심을 갖고 살펴보라.”고 권한다.
반면 연구 배경을 제공하고 연구 결과에 반대되는 증거도 솔직하게 밝힌 전문 지식은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다고 조언한다.
책 말미에 ‘매일 밤 8시간 이상 자야 한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연료는 환경에 도움을 준다.’ ‘운동할 때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등 상반된 전문가 의견으로 오류를 드러낸 전문 지식들도 소개하고 있다. 1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1-04-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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