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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詩, 그리고 사람살이

나무와 詩, 그리고 사람살이

입력 2012-01-28 00:00
업데이트 2012-01-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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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말하였네 1·2】 고규홍 지음/마음산책 펴냄

품 너른 나무 아래 서면 누구라도 시인이 되기 마련이다. 어줍은 솜씨로라도 글 한 자락 풀어내려 애를 쓴다. 시인 묵객들이야 더 말할 게 없다. ‘나무가 말하였네 1·2’(마음산책 펴냄)는 작가들이 나무 곁에서 쓴 시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가 사람살이에 맞춰 풀어낸 책이다.

시를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다. 하지만 나무가 가진 속성과 정한을 사람살이에 빗대 풀어내는 일 또한 나무에 관해 어지간한 내공이 쌓이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나무의 성품을 알고 나무가 사람 틈에 섞여 지내온 이력을 알아야 하며, 무엇보다 나무를 제 몸같이 사랑해야 한다.

저자의 나무에 대한 애정은 넓고 깊다. 서울신문 목요일 자에 꼬박꼬박 연재되고 있는 여행 에세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를 읽다 보면 단박에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단 한 줄도 자신의 현학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데 나무를 돋보이게 하는 일이라면 재거나 가리지 않는다. 불원천리, 풍찬노숙이 나무를 좇는 그의 행보를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일 듯싶다.

책은 저자가 나무 여행을 떠나는 길에서 만난 시들에 자신의 감상을 덧대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무화과’를 통해 이은봉 시인과 저자는 중년의 삶을 본다. 시인이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열매부터 맺는 저 중년의 生!”이라 노래하면 저자는 보다 쉬운 언어로 자분자분 설명을 보탠다.

“무화과 나무에서도 꽃이 핀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무화과나무는 오월쯤 잎겨드랑이에 도톰한 돌기를 돋운다. 영락없는 열매지만 꽃이다./(중략)/꽃주머니는 그대로 열매가 된다. 무화과는 사람의 입 안에 달콤한 기억을 남긴다. 꽃 피우지 않고, 누가 알아보지 않아도 좋다. 비바람 몰아쳐도 수굿이 열매 맺는 중년의 삶이 그렇다.”

김영무의 ‘연잎’을 읽으면서는 연잎의 소수성(疏水性·물과 결합하기 어려운 성질)을 떠올린다. 잎자루의 보이지 않는 진동 때문에 물방울은 연잎을 적시지 않고 연잎은 물방울을 깨뜨리지 않는다. 사랑이란 이처럼 서로를 품으면서도 구속하거나 해치지 않는 것임을 저자는 연잎에 빗대 설명하고 있다.

1권은 정지용·윤동주에서 김춘수·신경림을 거쳐 나희덕·문태준까지, 나무를 곁에 두고 사랑한 우리 시인들의 절창 70편을 찾아간다. 2권은 폭을 넓혀 이백, 조운과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그리고 우리나라의 젊은 시인을 아우르는 81편의 시를 담았다. 1세트 2만 2500원, 각 권 1만 15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2-01-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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