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에서 리영희까지… 한국 이끈 지성 24인

원효에서 리영희까지… 한국 이끈 지성 24인

입력 2012-09-15 00:00
업데이트 2012-09-1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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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과 지식인】김호기 지음/돌베개 펴냄

“시대정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와 양식 또는 이념을 말한다. 시대정신은 한 사회의 발전에서 북극성의 역할을 담당한다. 어느 사회든지 어둠 속 망망대해에서 가야 할 길을 알려 주는 북극성처럼 시대정신을 미래 좌표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사회학자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시대정신을 이렇게 정의하면서 “이러한 시대정신을 주조하는 이들이 곧 지식인”이라고 말한다.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를 독해하면서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지식인의 본분이라면서 “특히 인문·사회과학자들의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를 시대정신 탐구”라고 꼽는다. 김 교수가 쓴 ‘시대정신과 지식인’(돌베개 펴냄)은 그가 세운 기준에 부합한 지식인 24명을 조명한 한반도 지식인의 계보다.

선택 기준은 명확하다. 얼마나 자기 시대를 대표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자기 시대가 주는 한계를 극복하려 했는가이다. 고대사를 대표하는 두 사상가 원효와 최치원을 한반도 지식인의 시작점에 둔다. 민족과 민족주의의 역사적 기원이 될 만한 역사가 김부식과 일연, 유교사회의 기초를 세운 정몽주와 정도전,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이황과 이이, 18세기 조선을 새로운 문명국으로 개조하기 위해 치열한 지적 고투를 벌인 박지원과 박제가 등 역사적 지식인을 차근차근 끄집어낸다. 이어 일제강점기에 절대 독립을 강조한 신채호와 끝내 친일로 기운 이광수의 갈림길, 대표적인 재야 사상가로 현재의 사상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함석헌과 장일순, 한국인의 의미를 탐구한 황순원과 시대의 스승이자 실천적 지성인 리영희까지 짚어 내려오면서 시대정신의 흐름을 한 줄로 꿴다.

두 명의 전 대통령 박정희와 노무현도 지식인 계보에 포함시켰다. 저자는 “지식인이라기보다 정치가이지만,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지식사회와 우리 사회에 미친 다각적인 영향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시대정신이 이끌게 될까. 저자는 “새로운 시대정신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가 될 수도 있다.”면서 “함석헌과 노무현의 민주주의, 리영희의 민족주의, 장일순의 생명주의, 황순원의 인간주의 역시 모두 소중한 출발점으로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지식인 24명을 되짚으면서 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며, 개혁과 혁신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는 것을 지식인의 책무로 결론 내린다. 사회 변화를 이끌 사람을 판단해야 할 이 시점에 참고할 만하다. 1만 4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12-09-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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