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하는 지적 역량, 호기심으로 지켜라

퇴행하는 지적 역량, 호기심으로 지켜라

입력 2014-07-26 00:00
업데이트 2014-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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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이언 레슬리 지음/김승진 옮김/을유문화사/316쪽/1만 3000원

원숭이는 똑똑하다. 동물 가운데 지능이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한다. 먹고, 집 짓고, 번식하고 싶다는 욕망도 가졌다. 이 대목에선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컴퓨터도 똑똑하다. 검색 사이트에 물어보면 죄다 알려 준다. 한데 아무리 잘난 원숭이라도, 제아무리 진일보한 슈퍼컴퓨터라도 호기심까지 갖고 있지는 않다. 분석하고 판단까지 할 수 있지만 ‘근데 왜?’에 이르지는 못한다. 이게 인간과 그들의 차이다.

호기심은 제4의 본능이라 일컬어진다. 식욕과 주거욕, 성욕에 이은 네 번째 본능이란 뜻이다. 하지만 호기심은 늘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중세의 성직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호기심을 죄악시해 “신은 꼬치꼬치 따져 묻는 자들을 위해 지옥을 마련했다”는 극언을 퍼붓기까지 했다.

한데 오늘날에도 이런 상황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인터넷의 발달은 호기심 추구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 스마트폰은 공간적 제약마저 없앴다. 하지만 새 책 ‘큐리어스’는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호기심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검색어’와 ‘답’이 있을 뿐 그 사이에 무궁무진하게 내포돼 있을 ‘왜, 혹은 어떻게’에 대한 고려는 간과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책은 이처럼 전례 없이 풍부한 정보의 시대에 개인, 조직, 사회의 지적 역량은 되레 퇴행할 수 있다는 역설을 경고하고 있다. 저자는 책 말미에 호기심을 잃지 않을 일곱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첫째는 바보가 되기를 멈추지 말라는 것. 늘 자신의 무지를 경계하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둘째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라, 셋째 여우도치(여우+고슴도치처럼 호기심과 기술력을 동시에 지닌 사람)가 돼라, 넷째 기저를 파악할 수 있는 ‘왜’를 질문하라, 다섯째 실험과 사색을 아우르는 사람이 돼라, 여섯째 찻숟가락이라도 연구하라, 일곱째 수수께끼를 미스터리로 바꾸어라 등이다. 맨 마지막 제안은 수수께끼 풀 듯 ‘검색어와 답’의 이차원적 사고에 머무르지 말라는 뜻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4-07-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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