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의 대공습…지나친 편중 우려

일본 소설의 대공습…지나친 편중 우려

입력 2014-09-02 00:00
업데이트 2014-09-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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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은 문학 성장의 발판…국내 작가 육성해야”

올 하반기 국내 출판 시장에 일본 소설의 공세가 무섭다.

일본 소설의 강세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추리, 스릴러 등 일본 소설의 전통적인 인기 분야인 장르 소설은 물론, 다양한 소재의 소설들이 하루가 멀다고 서점가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반기 일본 소설 열풍을 이끄는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단편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

중년 남성들의 상실감을 그린 이 소설집은 하루키의 고정 팬인 20-30대 여성은 물론 30-40대 남성 사이에서도 폭넓은 공감을 얻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초판 5만 부는 출간 며칠 만에 소진됐고, 책을 펴낸 문학동네는 2판 3만 부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김영사 계열사인 비채는 2006년 문학사상사에서 출간한 하루키의 소설집 ‘도쿄기담집’을 번역을 다듬어 새롭게 펴냈다.

’용의자 X의 헌신’ 등으로 하루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공허한 십자가’는 이달 15일 출간된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은 정식 출간에 앞서 2일부터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키친’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 ‘꿈꾸는 하와이’도 나왔다. 일본에서는 2012년에 나온 책이지만 민음사는 여름 시즌을 겨냥해 지난달 번역 출간했다.

현대문학은 ‘애도하는 사람’으로 140회 나오키상을 받은 덴도 아라타의 장편 소설 ‘환희의 아이’를 펴냈다.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과 현대인의 정신적 그늘 등 어두운 주제를 주로 다뤄온 작가는 거액의 빚을 남긴 아버지, 병석에 있는 어머니 등 버거운 현실 속에서 깊은 절망 빠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냉혹하리만큼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위기로 가득 찬 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길은 서로 손을 맞잡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30년 넘게 도쿄대 합격률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일본 입시 명문고의 고시엔(일본 고교 야구) 도전기를 담은 논픽션 ‘’끝나야 끝난다’(어바웃어북)도 나와 있다.

추리소설도 잇따라 출간됐다.

’미궁’(자음과모음)은 2005년 ‘흙속의 아이들’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다가와상을 받은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신작 스릴러다.

어린 시절 이중인격 분열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주인공이 일가족 살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자신의 연인에 대한 진실을 하나 둘 알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잘 알려진 사마다 소지의 본격 미스터리 소설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검은숲), 여자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바타 요시키의 ‘리코, 여신의 영원’(한스미디어)도 나와 있다.

이처럼 일본 소설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대해 출판계에서는 일본 소설의 지나친 편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일본 소설의 경우 내용적인 측면에서 일단 재미있고, 서양 작품에 비해 정서도 우리와 비슷해 작품을 그대로 번역해 냈을 때 상대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그는 “출판사 입장에선 돈 되는 장르, 돈 되는 책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일본 소설의 지나친 편중 현상은 우려된다”면서 “출판은 우리 문학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어서 좋은 국내 작가를 발굴하는데도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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