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걷어낸 역사 속 인물 나사렛 사람 예수 그리다

‘신성’ 걷어낸 역사 속 인물 나사렛 사람 예수 그리다

입력 2014-12-13 00:00
업데이트 2014-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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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왜 죽었는가/빌 오라일리·마틴 두가드 지음/이광일 옮김/문학동네 출판/340쪽/1만 5000원

예수의 생애에 대한 담론은 대개 종교적 관점으로 구성되기 일쑤다. 한데 새책 ‘예수는 왜 죽었는가’는 다르다. 신화에서 벗어나 시종 역사적 시각에서 논지를 이어 간다. 책은 이미 신성성이 확립된, 그러니까 신앙의 대상이자 종교 자체가 된 예수를 그리지 않는다. 신화로 승화되기 이전의 역사 속을 주유하던 ‘나사렛 사람 예수’가 주인공이다. 저자들이 서문에서 밝힌 구절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우리는 예수를 메시아(구세주)로 칭하지 않는다. 그저 로마제국의 변방을 뜨겁게 달군 한 사람, 평화와 사랑의 철학을 설파함으로써 대단히 강력한 적을 무수히 만든 한 인간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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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베들레헴에서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때부터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시신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을 때까지 예수의 삶과 시대상을 섬세하게 복원해 낸다. 예수를 죽음으로 내몬 유대 사회의 갈등과 모순, 그리고 이와 복잡하게 얽혔던 로마제국의 역사 등을 뭉뚱그려 연대기 형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과정이 다큐멘터리보다 사실적이고 소설보다 흥미롭다. 또 매우 정교하다. 사실관계 확인 절차만으로도 수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내용들이 행간에 가득하다.

저자들에게 예수는 부조리한 세상에 항거하던 혁명가요, 피지배층에게 사랑과 희망을 심어 주는 대단히 위험한 선동가였다. 이런 시각 탓에 국내 일부 계층은 읽기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기존 질서에 온몸을 던져 충돌하다 끝내 죽임을 당하는 상황이 어딘가 우리 사회의 민낯과 닮았으니 말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4-12-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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