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옻칠회화… 원로작가, 전통을 관통하다

소쇄원·옻칠회화… 원로작가, 전통을 관통하다

김승훈 기자
입력 2015-07-22 23:48
수정 2015-07-2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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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태·유익서 신작 장편 출간

원로작가 문순태(74)와 유익서(70)가 오랜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냈다. ‘소쇄원에서 꿈을 꾸다’(오래)와 ‘세 발 까마귀’(나무옆의자)다. 각각 전남 담양의 ‘소쇄원’과 ‘옻칠회화’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선비정신과 예술정신을 문학적으로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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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태의 ‘소쇄원에서 꿈을 꾸다’는 조광조의 제자였던 젊은 선비 양산보가 고향인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돌아와 은둔하면서 소쇄원을 조성한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양산보는 15세에 상경해 조광조 문하에 들어갔다. 글을 배운 건 불과 3년에 지나지 않지만 정치 체제를 바꾸려는 조광조의 개혁 사상에 완전히 매료됐다. 기묘사화(1519)로 스승이 유배를 가게 됐을 때 유배지까지 배종했고 적소인 화순 능주에서 수발을 들다 사약을 받고 절명하는 것을 지켜봤다. 장례를 치른 후 고향에 돌아와 연못을 파고 나무를 심고 정자를 지은 뒤 봉황을 기다리며 슬픔과 분노와 외로움을 삭였다. 작가는 “소쇄원은 조선시대 자연을 이용한 대표적인 민간정원이라는 보편적 상식을 초월한 공간”이라며 “이곳은 양산보가 꿈꾸었던 이상 세계”라고 설명했다.

유익서의 ‘세 발 까마귀’는 절망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한 남자의 치열한 예술혼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 속 주인공 강희는 터무니없는 모함으로 파렴치범으로 몰린다. 삶의 희망을 잃고 세상을 등지기 위해 무작정 집을 나선다. 작은 항구도시의 한 옻칠미술관에서 옻칠회화를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평생 그림에 종사해 왔는데 자신도 모르는 다른 그림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강희는 옻칠회화의 마력에 빠져 자살 결행을 유보한다. 옻칠회화는 오랜 역사를 지닌 옻칠공예에서 독립한 지 20여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눈을 멀게 할 정도로 빼어나다. 작가는 순수 예술을 상징하는 옻칠회화를 통해 예술의 참의미를 진지하게 탐색했다.

문학평론가 장영우는 “‘세 발 까마귀’는 오랜만에 한국문학계에 등장한 본격 예술가 소설”이라며 “유익서는 옻칠회화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강희를 통해 현대 예술이 나아갈 바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07-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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